[기자수첩] 국토부의 후한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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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토부의 후한 인심
  • 성현 기자
  • 승인 2013.06.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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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현 건설·탐사보도팀 기자.
[매일일보] 국토교통부의 인심이 너무 후하다.

국토부는 최근 ‘2013 건설업자간 상호협력평가 우수업체’를 발표했다. 1위는 삼성물산이 차지했고 롯데건설과 대림산업, 태영건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평가기준은 협력업체와의 공동도급 실적 및 하도급실적, 협력업자 육성, 신인도 등으로 대·중소기업간 상호협력이 돋보이는 업체들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그런데 수위에 오른 업체들 면면을 살펴보면 결과에 의문이 간다. 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 우수기업’ 지위를 발탁당한데 이어 불공정 하도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대한 법률’(하도급법) 상습 위반 1위에 오른 건설사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5년간 하도급법을 3번 이상 어긴 업체가 172개사에 달했다고 밝혔는데 롯데건설이 7번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1위에 올랐던 것이다.

태영건설 역시 파주 장남교 붕괴사고와 관련, 시공 순서를 지키지 않아 14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를 부채질했다.

이밖에 한라건설은 풍랑주의보 속에도 해상 작업을 강행해 12명이 숨진 울산 침몰사고의 당자자로 한국노총이 발표한 2013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올랐지만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이번 발표에서 우수업체로 선정된 업체 수도 과도하게 많다.

무려 2600개. 2011년(2672개)과 지난해(2647개)에 비해서는 적지만 전체 종합건설업체의 1/4에 가까운 수치다. 신청업체 대비 선정 비율도 89.56%을 넘는 등 평가 잣대도 너무 넓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상호협력우수업체라는 상장과 더불어 공공사업 입찰 시 가산점이라는 쏠쏠한 부상도 주어진다.

이달 1일부터 1년간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지자체 적격심사, 시공능력 평가 때 우대를 받는 것인데 낙찰 여부가 사실상 1~2점 내에서 판가름 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혜택이다.

아무쪼록 유명무실화된 ‘건설업체간 상호협력평가’로 인해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에 진심으로 나서는 업체가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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