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금' 날개 단 '가상화폐'...자산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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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금' 날개 단 '가상화폐'...자산시장 요동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2.0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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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던 비트코인 12월 역대 최고가 경신중
코로나 백신發 안전자산서 위험자산 투자 이동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안전자산을 찾던 자산시장도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안전자산을 찾던 자산시장도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 개발 소식에 자산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추락하고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금과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지난 1일(현지시간)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월가의 일부 큰손들은 '패밀리 오피스'과 같은 펀드들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고 암호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재산이 많은 가문의 자산을 관리한다.

비트코인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ㄹ기관 투자자들이다. 과거 비트코인을 인정하지 않던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암호화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과거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몰아붙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비트코인은 금의 경쟁 상대'라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달러 가치 하락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달러가치는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10.5%로 내려왔다. 올 한해 전체로는 4.5% 하락한 수준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비트코인이 대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비트코인이 향후 중요한 통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호재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앞두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불었던 비트코인 열풍에서는 사람들이 새로 등장하는 암호화폐에 투자가치가 있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투자했다면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결이 전혀 다르다"면서 "지금은 글로벌 투자은행,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또다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장기적인 안전 자산으로 삼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경제위기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의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도권 진입에 대한 리스크, 극심한 변동성 등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부분은 여전히 있다"면서 "물론 지난 열풍때와 달리 이유없는 상승은 아니지만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의 88%는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금보다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최근 금선물 시장의 규제이다. 3차례에 걸친 증거금 인상과 레버리지 축소가 그것이다. 과거 2011년에도 이런 규제들이 연속적으로 발동되어 당시 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몇십억달러씩 손실을 보았던 경험이 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언택트 추세가 금 대신 비트코인을 선호하도록 만들고 있다. 고령층은 전통적인 대체자산인 금을 선호하지만 젊은이들은 비트코인을 좋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래 세대의 대체자산은 비트코인인 것이다.

기관투자자들뿐 아니라 메이저 은행들도 가세하고 있다. JP모건은행은 지난 5월 메이저 은행으로는 최초로 가상자산거래소(코인베이스와 제미니)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은행을 통한 비트코인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K뱅크도 아직 특금법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발 빠르게 공격적인 행보를 내디뎠다. 지난 6월 업비트 가상화폐거래소와 손잡고 비대면 실명계좌 개설을 통한 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기업들도 가담하기 시작했다. 나스닥 상장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올해 하반기 2차에 걸쳐 4억2500만달러에 상당하는 비트코인 투자를 단행했다. 자사 포트폴리오의 일환이자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의 하나로 금 대신 비트코인 3만8250개 취득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도 이를 반겨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가 상승했다.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개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미국의 올해 비트코인 투자자는 약 3200만명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 수익의 절반이 비트코인 거래에서 나오고 있다. 2020년 2분기 스퀘어의 모바일 결제 앱인 캐시앱의 비트코인 거래 매출은 총 8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0% 증가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은행, 기업, 개인들도 가세하는 전방위적 추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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