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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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12.0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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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 수많은 선택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뇌한다. 하지만 때때로 ‘딜레마’에 빠져들곤 한다. 딜레마의 어원은 그리스어 di(두 번) lemma(제안)의 합성어로 두 개의 제안을 의미한다.

두 가지의 제안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그렇다고 둘 다 선택할 수도 둘 다 포기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통상 이렇게 어려운 선택은 평상시보다 위기 때 찾아오기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딜레마가 찾아오고 있다. 빚이라는 모래 위에 너무 거대한 성을 쌓아 올려 앞으로 어떤 선택을 내려도 붕괴를 막기 어려워 보여서다.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100%를 넘어 세계 1위 수준이다.

한 해 버는 국민소득을 다 합쳐도 빚을 갚지 못한다. 가계부채 폭증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투기다. 집값 상승을 쫓아 너 나 할 것 없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들인 탓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는 개인의 자산증식에 대한 탐욕을 억제할 수 없는 듯 보인다. 

더구나 기업과 국가채무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부채로 인한 소비·투자 부진과 고용감소 등이 물가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 우리 경제성장 동력을 갉아먹으며 위험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1980년대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과 비슷한 형국이다. 수년 전부터 많은 경제학자가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를 경고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주장한 이 개념은 과도한 부채로 이룬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 부채상환능력을 비롯한 잠복한 위험 요인이 악화하면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한때 강력한 부채 감축 정책을 펼쳤으나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창궐 등 ‘블랙스완(Black Swan)’이 출현하면서 위기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가 찾아온 이후에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선택을 강요받거나 아예 선택권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혼까지 끌어 돈을 모아 집을 산 30·40대 ‘영끌족’에게는 더욱 그렇다.

분명 이들은 당장 집을 정리해도 정리하지 않아도 그 선택에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나의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자신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복기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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