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가 자랑하던 호텔임대…실상은 ‘조금 넓은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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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가 자랑하던 호텔임대…실상은 ‘조금 넓은 고시원’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2.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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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호텔임대 ‘안암생활’ 야침차게 공개했지만
주방·세탁 공동사용해야…최저주거면적도 ‘미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가 1일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에서 호텔임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호텔임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앞서 공급된 숭인동 청년주택의 바닥 난방과 주방 시설 부족 문제를 인식한 듯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좁은 주거전용면적과 편의성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1일 찾은 ‘안암생활’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와 협력해 설계·시공부터 주택 운영에 필요한 주거시설·공용공간을 반영했다. 옥상에 자리한 루프탑 라운지나 1층의 창업실험가게, 지하1층의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암생활’은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 중 하나인 호텔개조형 주택이다. 구 리체나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달 30일 “청년에게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며 공개를 예고한 호텔임대가 ‘안암생활’이다.

2012년 준공된 이 호텔은 도심권에 위치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곳이다. 다만 객실 크기가 협소해 호불호가 갈리던 호텔이다.

LH는 이 호텔에 6개월 동안 22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10층, 122가구 규모로 리모델링했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기본형 13㎡A 8가구 △기본형 13㎡B 52가구 △기본형 17㎡ 4가구 △복층형 13㎡ 52가구 △복층형 17㎡ 4가구 등이다.

LH는 이날 ‘안암생활’을 소개하면서 개별난방과 공유주방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앞서 공급된 숭인동 청년주택은 바닥난방이 불가능하고 주방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LH 관계자는 “모든 가구에서 개별적으로 난방 조절이 가능하다”며 “주방시설도 지하 1층에 대형 공유주방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내조리가 원칙적으로 금지인 점을 감안하면 122가구가 사용하기에는 공유주방이 작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리공간은 충분히 확보돼 있지만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은 몇개 없다는 지적이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대면접촉을 자제해야 하는 시점에 공유주방은 안전성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호텔을 리모델링해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 특성상 실내에 주방과 세탁공간을 설치하기 힘든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부분의 호텔 객실에 세탁·취사공간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호텔임대 대부분이 1인가구용으로밖에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신혼부부를 수요층으로 할 경우 리모델링 시 가구 내에 주방·세탁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며 “호텔을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유주방과 공유세탁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시원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 A씨는 “침실만 따로 쓰고 세탁이나 식사는 공용부에서 하는 주택이면 고시원과 다를 바 없다”며 “퇴근 후에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청년도 적지 않은데 나같은 청년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가구 면적이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주거면적은 14㎡다. ‘안암생활’의 122가구 중 이 기준을 충족하는 물량은 고작 10여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110가구는 최저주거면적에 미달하는 가구인 셈이다.

LH 관계자는 “주방·세탁시설을 공용부로 빼냈기 때문에 좁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주택과는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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