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옥죄니 풍선효과...2금융도 '영끌·빚투'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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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옥죄니 풍선효과...2금융도 '영끌·빚투' 행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1.3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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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가계대출 3분기 2조↑...분기 기준 역대최대
카드론 수요도 폭발...저신용자 대출 부실 우려 확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며 픙선효과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며 픙선효과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이 과도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1억 원을 웃돌거나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막은 가운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시행된다.

주요 내용은 신용대출이 1억 원을 넘는 사람이 1년 이내에 규제 지역에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다. 규제 지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포함하며, 회수 대상은 기존 대출이 아닌 규제 시행일 이후 신규 대출분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한다. 연봉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1억 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개인 단위로 DSR 규제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합친 연간 원리금 상환 금액이 연봉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돌연 대출을 옥죄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대출이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 원, 판매신용 잔액은 96조6000억 원으로 가계신용은 총 1682조1000억 원이다. 2분기 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 잔액은 44조9000억 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7조4000억 원 늘었고, 기타 대출은 22조1000억 원 뛰었다.

금융당국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가계부채 증가속도 등의 관리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규제의 목적에서 벗어난 풍선효과 현상이다. 실제 지난 3분기 가계가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3개월 만에 1조8267억원 증가했다. 이런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한 분기에 1조원 넘게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2017년 1분기(1조1000억 원) 이후 3년 6개월 만이기도 하다. 증가액이 역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긴 때는 2015년 1분기(1조239억원)였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가계대출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을 위주로 증가했다"며 "빚을 내 생활자금을 마련하고 집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1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저축은행 금리는 제1금융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은 올해 7월 역대 처음으로 70조원을 넘겼다. 7월 70조6117억원에서 8월 71조6962억원으로 늘더니 3분기 말인 9월에는 73조2318억원까지 불어났다.

대출 옥죄기는 카드론 수요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옥죄면서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이용 수요가 급증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카드론 금리를 시중은행이랑 비슷한 4%대로 낮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10월 말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운영가격)는 13.24%로, 전월 대비 0.37%포인트 하락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카드론 금리가 하락한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은행권 대출 한도를 소진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올해 시중은행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대출 수요가 커지면서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부실 우려 등으로 선제적 관리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카드론 이용액도 급증했다. 카드사 7곳의 지난 9월 장기 카드 대출(카드론) 이용액(신규)은 4조1544억원으로 지난해 9월(3조924억원)보다 34.3%나 급증한 상황이다.

대출 수요가 늘면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고신용자들을 위한 마이너스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통상 저신용자들이 이용했던 카드론을 고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셈이 됐다”면서 “저신용자는 자금조달이 결국 막혀 대부업·사채로 밀리게 될 우려가 커, 이에 대한 리스트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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