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검의 반복적 ‘이재용 재판 지연’ 검찰 신뢰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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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검의 반복적 ‘이재용 재판 지연’ 검찰 신뢰 잃는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11.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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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온 나라가 검찰로 시끄럽다. 코로나, 부동산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삶이 힘겨운데 법무부와 검찰의 진흙탕 싸움이 축 처진 어깨를 더 쳐지게 만든다.

이러한 난장판 싸움은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을 던졌다. 검찰이 재판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판사들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 수집을 두고 위법 여부를 떠나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건 충격이다. 오로지 사실적 관계와 법적 판단으로 사법정의로 재판에 임해야 할 검찰이 다른 식의 생각을 굴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 상황도 딱 그러하다. 특검이 자꾸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판부가 정해준 절차에 따라 사실 관계에 기초해 자신들의 법적 논리를 펼치고 선고 결과에 승복하는 게 법치주의인데 말이다. 헌법 제27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까지 돼있다.

그런데 특검은 이 헌법 조항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행위를 이어간다.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파기환송심은 무려 9개월이나 허송세월을 보냈다.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재판부의 공정한 진행을 인정했다.

어렵사리 파기환송심이 진행됐지만 특검은 여전히 재판 일정을 늦추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재판부는 이달 30일 특검이 낸 추가 증거를 조사한 후 다음달 3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서를 제출받고 7일 법정에서 그 의견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일정이 또 늘어난 것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검찰이 주어진 기간에 왜 재판 준비를 못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이 시작된 후) 10개월간 자료가 축적됐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30일에 출석하면 직접 재판에 참석한 횟수가 80회를 채운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피고인(이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으로 경영을 맡은 게 6년 절반가량 됐는데 그중 4년이 수사와 재판”이라고 했다.

실제 재판에서도 특검은 재판장의 말을 확대해석하는 무리수도 뒀다. 지난 23일 재판에서 특검은 “재판부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는데 이게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고 말하자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말을 끊고 나섰다. 정 부장판사는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데 제가 무슨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가 하지 않은 말을 전제하는 변론은 자제해달라”고 주의를 줬다.

앞으로 검찰은 수사보다는 공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보여주듯 재판에 임하는 검찰을 보면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검찰과 특검은 판사 조사, 재판 일정 지연 등에 몰두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사실 관계와 법적 논리 다툼이라는 재판 본연에 집중해 국민 신뢰 회복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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