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규제 앞두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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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규제 앞두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 ‘역대 최대’
  • 전유정 기자
  • 승인 2020.11.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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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률은 30~40% 그쳐…사용실적 낮으면 불이익 받을 수 있어
사진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마이너스 통장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더해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임박하면서 최근 마이너스 통장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일(하루)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 수는 지난 23일 6681개로 집계됐다. 특히 신용대출 규제 발표 직전인 지난 12일 1931개의 3.5배에 이르는 규모다. 23일 전후로도 △20일 6324개 △24일 6324개 △25일 5869개 △26일 5629개 등 꾸준히 5000대 후반을 웃돌고 있다. 

이는 신용대출 규제와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이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고 예고한 여파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은행 내부 통계로는 최근 하루 설정되는 마이너스 통장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금융당국 규제가 발표된 13일 이후 26일까지 14일간 2조1928억원(12일 129조5053억원→26일 131조6981억원)이나 불었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을 통한 대출의 실제 이용률은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4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소진율(최대 한도 설정액 대비 마이너스 통장 대출 사용액) 통계를 보면 이달 26일 현재 32.6∼43.5%, 평균 38% 수준이다. 5대 은행 중 나머지 한 은행은 60%를 넘지만, 이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소진율 통계에서 아예 제외한 결과라 묶어서 볼 수 없다.

소진율이 38%라는 건 상당수 소비자가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미리 개설했다는 의미다. 은행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통장 사용 실적이 저조하면 대출 한도를 깎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7월 말부터 약정금액이 2000만원을 넘는 신규 또는 기한연장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 소진율에 따라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신규 약정(기한 연장)일로부터 만기일 3개월 전까지의 평균 대출한도 소진율이 10% 이하면 약정 한도의 20%를 깎은 뒤 기한을 연장해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소진율이 낮은 한도 대출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설정된 마이너스 통장 한도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갱신 과정에서 고객과 협의해 한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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