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거 아니다"...시진핑 연내 방한 무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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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거 아니다"...시진핑 연내 방한 무산될 듯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11.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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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질문에 마스크 가리키며 "여건조성돼야"
외교장관 회담에 예정보다 25분 지각...'교통' 핑계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국내 여러 전문가가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을 미중 갈등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이번 방한의 의미에 대해 '한중관계 중시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정작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25분 지각하는 등 결례를 보였다. 관심을 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그는 시 주석 방한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쓴 마스크를 가리키며 '여건 조성이 안됐다'고 했다. 코로나가 진정돼야 방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전문가들이 이번 방한을 미국 견제 차원이라고 해석하는 데 대해 "학자는 물론 각종 추측을 할 수 있지만,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며 "학자처럼 그렇게 외교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 190여 개 나라가 있고 이 나라는 모두 다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라며 "이 중에 중한도 포함됐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친척처럼 자주 왕래하고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특히 지금 방역 협력, 경제·무역 협력, 그리고 지역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협력,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력, 그리고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것은 중한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한 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 방한을 묻는 질문에는 자신이 쓴 마스크를 가리키며 "지금 양측이 해야 하는 것은 방문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방문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중한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라고도 했다

한편 왕 부장은 당초 오전 10시 예정이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정보다 20여 분 늦게 시작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왕 부장이 어젯밤 늦게 도착해 약간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지각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트래픽(교통 체증)"이라고 답했지만, 왕 부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부터 외교부 청사까지는 15~20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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