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D 제쳐두고 롤러블폰 개발 중국 BOE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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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LGD 제쳐두고 롤러블폰 개발 중국 BOE와 협력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1.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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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관계’ 삼성D 피하려다 또다시 ‘리스크’ 부담
미·중 패권경쟁, 낮은 품질 등 불확실성 요소 많아
렛츠고디지털이 제작한 LG전자 롤러블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렛츠고디지털 캡처
렛츠고디지털이 제작한 LG전자 롤러블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렛츠고디지털 캡처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LG가 핵심 사업에서 또 다시 중국 기업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이미 이동통신 분야에서 ‘화웨이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롤러블폰’ 개발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롤러블폰은 화면이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에 이은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기기 외형)다. 화면이 돌돌 말리고 펼칠 수 있는 형태라 디스플레이 기술이 핵심으로 꼽힌다. LG전자는 롤러블폰에 BOE의 플렉시블(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BOE와 협력하는 것을 두고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그룹 내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LG디스플레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LG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출시한 롤러블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엔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탑재됐다.

업계에선 LG전자가 롤러플폰에 같은 그룹사를 제쳐두고 BOE를 선택한 이유로 ‘가성비’와 ‘기술력’을 꼽는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긴 하지만 중소형 OLED에서만큼은 다른 기업에 밀린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은 86.1%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만 따지면 90%를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롤러블폰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인 플렉시블 OLED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2분기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은 63.2%로 나타났다.

BOE는 이 조사에서 24.4%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LG전자 입장에선 경쟁 구도를 그려왔던 삼성 제품을 납품받을 수 없기에 BOE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롤러블 기술은 대형 패널에 집중돼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BOE에 뒤처졌을 것”이라며 “BOE는 최근 대형 고객사인 화웨이가 몰락하면서 새로운 고객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LG전자가 좋은 대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2분기 스마트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LG전자가 롤러블폰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BOE의 구애를 받아드렸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롤러블폰 출시를 추후 스마트폰 반등의 중요한 기점을 보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이 때문에 BOE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BOE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이 품질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BOE는 최근 애플로부터 OLED 공급사 지위를 획득했으나 아직 패널 품질 테스트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12 시리즈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미·중 패권 경쟁도 LG전자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정권을 잡게 됐지만 중국 견제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IT굴기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그간 통신 분야에 집중됐던 제재가 언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5G 장비를 들여오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또다시 전자사업에서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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