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EO 평가-배터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배터리 잘 키워 독립시킨 주역
상태바
[2020 CEO 평가-배터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배터리 잘 키워 독립시킨 주역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11.24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에도 석유화학-배터리 쌍끌이로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배터리 1위 등극시킨 장본인…인도사고 조기수습 ‘리더십’ 발휘
‘배터리 소송’ 강경 대응, 이견도…‘배터리 뺀 LG화학’ 과제 받아
경남 함안에 있는 협력업체 동신모텍을 방문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 사진=LG화학 제공
경남 함안에 있는 협력업체 동신모텍을 방문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 사진=LG화학 제공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올해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 등극으로 시작해 LG에너지솔루션 출범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 중심에는 취임 3년차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있다. 신 부회장은 1957년 8월18일 충청북도 괴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LG화학에 합류한 신 부회장은 LG화학 최초의 외부 출신 경영인이다. 비유학파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3M에서 혁신 전도사로 불렸던 그는 올해 초 LG화학 시무식에서 ‘실행의 해(The Year of Execution)’를 보내자고 다짐한 바 있다. 그의 약속대로 올해는 LG화학에 어느 해보다도 뜻 깊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8조6250억원, 영업이익 8956억원에 이어 올해는 매출 29조9954억원, 영업이익 2조490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작년 동기간 대비 매출액은 8.8% 증가한 7조5073억원, 영업이익은 158.7% 성장한 9021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를 27%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훨훨 날았다. 특히 3분기 실적 중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취했다.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LG화학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시장 점유율)에서 3위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중국의 CATL이 중국 내수 시장을 꽉 잡고 있었고, 기술력의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와의 굳건한 동맹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1분기(1~3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27.1%(SNE리서치 자료)로 첫 1위에 올랐다.

올해 1~9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도 20GWh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위 CATL과는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출신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휩싸였던 지난 4월 신 부회장은 임직원들 전원에게 A4용지 5장 분량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글에서 “(이번 위기가) 어쩌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위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렇다고 풀이 죽을 필요도 없다.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저 역시 글로벌 외환위기와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몇 번 겪었고, 극복한 바 있다”며 이력에서 풍겨나오는 잡초같은 정신력을 강조했다.

5월에 있었던 인도법인 가스 누출 사고도 즉시 현장 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하고, 자신이 직접 사고 수습을 총괄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인도 현지 당국의 협력을 이끌어냈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의 협의를 촉진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한 만큼 강경 대응이 적절했다는 분위기가 초반에는 우세했으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잇따른 최종 판결 연기로 상황이 미궁에 빠지자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합의금 규모를 요구하면서 양사의 조기 합의 타이밍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그의 경영실적은 LG그룹 내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며, LG화학 부회장으로 유임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의 영입 당시 기대감을 실행력으로 증명한 신 부회장은 앞으로 배터리가 없는 LG화학을 잘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