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별 떼고 문패 붙일 호텔 임대주택, 효과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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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별 떼고 문패 붙일 호텔 임대주택, 효과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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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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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

호텔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 공급방안이 연일 화두다.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은 호텔이지만 정부는 공실로 남아있는 상가나 오피스 등 도심 유휴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재창출한다는 것을 골자로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이 겹치며 나온 고육책이다. 작금의 전세 시장 불안이 스튜디오형 원룸 주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해당 정책이 질타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라도 이번 정책은 도심 공동화를 완화하고 나아가 콤팩트한 공간이용을 장려한다는 측면에서 반길만하다. 다만 서울시에서 2년 전부터 진행해 온 정책인 만큼 여러 문제를 노정했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가장 먼저 공급 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방안은 대수선이나 재축을 통해 현재 호텔의 기능에서 탈피한 질 좋은 원룸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임대주택은 원룸형 주택이 아니다. 원룸형 주택의 최근 가격 동향을 보더라도 다른 유형의 주택 대비 상승 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 하겠다. 인테리어 공사 후 내년 상반기 중 빠르게 공급하려는 복안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급 유형으로의 전환을 고려해봄 직하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책자금 등을 동원해 수백 내지 수천 세대 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특성을 고려하면 최대 10년의 장기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분양 전환 시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다. 만약 분양 전환 시 혜택 반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계속 임대하거나 LH가 정한 매입 단가에 따라 처분해야 해 사업추진의 걸림돌이 된다. 매입비용 및 리모델링 비용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보다 큰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고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주차장 확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설주차장 설치제한지역에 지어진 오피스 빌딩이나 관광호텔은 ‘주차장법’에 따른 주택의 법적 요구 주차장 대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의 경우 법으로 일정 대수 이상 주차장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고, 후자는 지난날 관광호텔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했던 특별법상 부설주차장 완화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주택법’ 및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 자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4 대책을 통해 차량 미보유자를 중심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경우 주차장 설치를 면제하는 방법 등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앞서 필자가 주장하였던 비즈니스 모델의 정립과도 궤가 맞지 않는다. 향후 분양 전환시 자차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만 그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난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날 우리는 주차장분리분양제 등을 검토해 도시 주차 수요를 분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당시에는 분리분양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향후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선택지에 넣을 수 있겠다. 적어도 단순히 주차장 비용을 관리비에서 제하겠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이번 11·19 전세 대책은 전셋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덜기 위한 정부 당국의 고심이 엿보인다. 기존에 널리 활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대안들을 고려해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할 수 있겠다. 전세수요는 그 자체로 실수요에 가까워 전세시장의 불안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의 수위는 이전의 부동산 대책보다 더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사업자들 역시 전향적으로 사업성 검토에 나서 정부의 정책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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