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민 선택 덕에 흥행한 공공재개발, 투명한 선정절차로 보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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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민 선택 덕에 흥행한 공공재개발, 투명한 선정절차로 보답해야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1.23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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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공공재개발이 뜨겁다. 지난 4일 마감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는 70여곳의 사업지가 몰렸다. 공공재개발의 흥행은 관계기관의 노력도 일조한 바가 있겠지만 자신의 낡은 집이 드디어 새집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주민의 의지가 모여서 이뤄진 결과다.

애석하게도 모든 사업지가 지금 당장 새집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보지로 선정된다 할지라도 새집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건축심의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생소한 단어로 이뤄진 관계기간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후보지가 몇 곳이나 선정될 지도 미지수다. 후보지 수가 5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부터 20곳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존재한다. 주민은 그저 자신의 사업지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탓에 공모에 참여한 주민의 속은 타들어가는 중이다. 최종 후보지 수부터 평가 기준, 배점, 가중치까지 거의 모든 것이 가려져 있다. 정부는 평가 기준을 그저 관공서 특유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적어두고는 자신들은 공개할 만큼 공개했다는 태도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의 세부사항을 정작 국민은 제대로 알 수 없는 셈이다.

민간으로 치면 주민은 주주고 정부는 기업이다. 현 정부가 투명한 기업 경영과 주주에 대한 신뢰 제고를 부르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스운 세태다.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대기업의 악습을 정부도 모방하려 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재개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공모에 참여한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12월 중으로 선정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시기보다는 정확한 일시를 밝히고 지연이 있다면 지연 사유를 밝혀야 한다. 선정 기준도 항목별 세부사항과 배점, 평가방식 등을 명백하게 밝혀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상태에서 후보지를 선정했다가는 평가 기준의 공정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행여 일부 투기세력이 평가 기준을 입수해 악용할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도 이해는 가지만 대응방식이 잘 못됐다. 일부 투기세력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사업지 소유주 대부분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민이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주요 상권 대로변에 있는 건물을 가지고 있는 극히 일부다. 부모 세대 때부터 살던 낡은 빌라나 단독주택 소유주가 대부분이다.

투기세력의 개입이 문제라면 정부가 할 일은 투기세력의 개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할 수는 있어도 해결은 불가능할뿐더러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또 정보를 감춘다고 해서 관련정보가 완벽하게 보안될 것이라는 믿음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탈락한 사업지는 선정된 후보지가 채점기준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셈인지도 궁금하다. 채점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쟁에서 탈락자들이 결과를 그저 수용하기만 바래서는 안 된다.

투명한 행정이 없으면 공공재개발 사업의 지속도 담보할 수 없다. 공공재개발이 공공재건축에 비해 흥행하고 있는 까닭은 ‘한 번 믿어보자’는 주민의 선택 덕분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신을 믿어준 주민에게 투명한 선정절차를 보여야 한다. 시범사업부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가는 사업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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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 2020-11-24 12:04:56
서울의 공공재개발 적합지를 잃지 않도록,
개별신축 난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국민청원에 동의해주세요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4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