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세대 잡아라”는 말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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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 잡아라”는 말의 허상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1.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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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요즘 중·고등학생이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서울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지인(30)의 말이다. MZ세대로 함께 묶이곤 있지만 ‘세대 차이’가 심해 고민이라고 한다.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를 통칭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지난해 기준 약 1700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지만, 업계에선 소비의 절반 이상이 이 세대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MZ세대 ‘모시기’에 나섰다. 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의 마음을 훔친다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유통·가전·통신·전자기기 등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에선 MZ세대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MZ세대의 특징으로 흔히 ‘디지털 환경의 익숙함’과 ‘개성 중시’를 꼽는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 든다. 10대부터 넓게는 40대 초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이 가능한 것인지, 개성이 중요하다는데 특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힌다.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마케팅이 ‘공허한 외침’으로 느껴졌다. ‘신세대’라고 뭉뚱그리기엔 범위가 무척 넓기 때문이다.

MZ세대 공략의 허울은 기업 입장에선 편한 방법이다. 신규 상품을 내놓을 때 ‘MZ세대’란 수식어가 붙으면 마법처럼 트렌드 한 제품으로 느껴진다.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위기감 마저 든다.

세대는 변하고 있다. 개성이 중시되고 플렉스(Flex)로 대변되는 당당함은 멋스럽기까지 하다. 이에 따라 마케팅 화법도 변화해 보다 많은 혜택을 고객에 줄 수 있다면 환영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무척 포괄적인 고객층에 ‘개성 중시’란 허울을 씌워 ‘책임지지 않는 마케팅’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재미만 있으면 MZ세대 특화일까. 개성을 중요시한다면서 화법은 되레 단순해져 간다.

‘세그먼트 마케팅’이란 전략이 있다. 고객층의 성향에 맞게 판매 방법을 다양화하는 기법을 말한다. MZ세대 마케팅 역시 이에 해당하지만, 1700만명을 뭉뚱그려 한 세그먼트로 묶는 것을 과연 ‘특화’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인의 고백처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간에도 ‘대화가 어려울 정도’의 차이가 난다. “뭘 좋아할지 몰라 준비했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걸 좋아한다고 해 준비했다”는 구체화가 필요한 이유다. 대상이 명확하면 기업의 책임이 무거워지겠지만, 진정으로 MZ세대를 공략하겠다면 그들의 개성을 조금 더 존중해주자. 그래야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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