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정부의 신어(新語)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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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정부의 신어(新語) 창조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05.3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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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언어가 정말 사고를 지배하는지, 혹 그 반대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아주 완강한 이론가가 아니라면 '언어가 지각 일부에 개입한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같은 개 소리를 듣고도 무의식중에 한국인은 ‘멍멍’, 중국인은 ‘완완’, 미국인은 ‘바우와우’에 가까운 상태로 그 소리를 인지·수렴한다는 식이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말장난' 논란에 휩싸였다. 주로 명칭에 관한 것들이었다.

정부부처의 이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짓거나, 큰 필요성이 없음에도 단어의 배열을 바꿨다. 정부 명칭에 대한 띄어쓰기 여부를 대변인이 나서서 설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지우고자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용노동부는 그 이전에 표준근로계약서에서 갑과 을이라는 용어 대신 '사업주'와 '근로자'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현시대를 사는 대부분 사람은 시간제 근로라는 용어의 부정성이 단어 자체, 즉 그 기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갑'과 '을'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사과하지 않는다고 잘못이 없다고 믿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웃음을 사고 있는 그 작업들이 정말 우리의 무의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면 반란과 쿠데타와 혁명을 놓고 아무도 다투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의 또 다른 소설 '1984' 속 정부는 신어(Newspeak)를 창조해 사람들 생각을 단순화시키고자 했다. 파시스트 정부였다.

아니겠지만, 때때로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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