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양유업, 교언영색(巧言令色)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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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남양유업, 교언영색(巧言令色)의 씁쓸함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05.29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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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영 산업부 팀장
[매일일보] 지난 9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국민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남양유업으로서는 사과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김웅 대표는 16일 열린 자정결의대회에서 “임직원 모두 겸허하게 자기성찰을 하고 환골탈태 해야한다”며 “부당 행위는 일벌백계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부적인 단속과 함께 구태를 버리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됐다. 국민들은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사과를 하는 모습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피해자대리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 외에는 20일이 지나도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일부 영업직원은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밀어내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회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대리점주들과 남양유업의 1, 2차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3차 협상은 협상장소의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도 남양유업은 피해자대리점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 사과할 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피해자대리점주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온전한 가정의 모습을 잃은 이들도 상당하다.

회사는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일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이 입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들은 숙연한 자세로 사과를 하고,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피해자대리점주들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악어의 눈물’ 보고 있다.

기업이 잘 되려면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대리점, 판매사원들의 애사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피해자대리점주들은 바로 소비자들에게 남양유업 제품을 공급했던 이들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남양유업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사태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남양유업의 교언영색 한 모습에 입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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