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ESG펀드 ‘그린워싱’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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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ESG펀드 ‘그린워싱’ 주의보
  • 전유정 기자
  • 승인 2020.11.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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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투명성 의문제기… 정보공개 부족
대부분 ESG 펀드, 대형주에 92%이상 투자
사진=연합뉴스
최근 ESG투자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ESG 펀드 상당수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인기를 끌면서 ESG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실상은 일반 펀드와 큰 차이가 없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펀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된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지난 7월 말 기준 4168억원으로 주식형 공모펀드에 비해 아직 시장규모는 미미하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47% 이상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ESG 펀드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환경주의’ 등을 표방하지만 실제 펀드 내 편입 종목이나 운용 스타일이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ESG 펀드의 현황 및 특징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ESG 펀드는 총 41개로 순자산 규모는 461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SG ETF의 포트폴리오와 대표 시장지수 추종 ETF인 코덱스200과 비교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운용스타일을 살펴보면 ‘아리랑(ARIRANG) ESG 우수기업’과 ‘포커스(FOCUS) ESG 리더스150’을 제외하고 모든 펀드가 대형주에 92% 이상 투자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마이다스 책임투자증권 투자신탁(주식)’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담고 있다. 이에 적은 수의 종목을 보유하면서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ESG 펀드의 투자설명서가 자산의 편입·배제 기준 및 ESG 성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ESG 기준을 평가를 위한 통일된 지표가 없기 때문에 평가가 매우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ESG 평가기관이 있지만 표준화 된 방법론과 등급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가기관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데이터에 의존하며, 해당 데이터는 회사 보고서의 완전성과 정확성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당국이 ESG 관련 규정·지침 제정 및 인프라 정비를 서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위원은 “투자설명서에 공개되는 정보만으로 투자자들이 스스로 펀드의 ESG 수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같이 실제 ESG 투자원칙에 따라 운용되지 않음에도 ESG 투자를 하는 것처럼 표방하는 상품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ESG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를 선정해 투자설명서에 공시토록 하면 투자자들이 ESG 펀드의 질적인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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