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년, 화웨이 몰락 ‘현실화’…생존권 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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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년, 화웨이 몰락 ‘현실화’…생존권 쥔 실리콘밸리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1.0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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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반도체 자립 추진…업계 “실현 가능성 작아”
바이든에 투자한 美 빅테크 기업, 中 매출 비중 높아
화웨이 생존, 미국 제재 확대·유지·축소 여부에 달려있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화웨이 제재의 방향성이 실리콘밸리 ‘입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 참가한 화웨이 부스에서 한 참가자가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화웨이 제재의 방향성이 실리콘밸리 ‘입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한 방문객이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이 확정되자 세계의 시선이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불복’ 소송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 견제 정책 중 일부가 실리콘밸리의 ‘입김’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지해온 중국과의 패권 다툼 기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국 정보기술(IT) 밟기의 방향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 ‘화웨이 제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정책 변화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트럼프 정권 4년간 집중 견제를 받았다. 미·중 패권 경쟁에 ‘샌드위치’에 놓이며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스마트폰 부문에서 타격을 입었다. 미국 정부의 제재는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로 이어져 되레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지난 9월 사실상 ‘반도체 수급 원천 차단’ 제재를 시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화웨이는 제재 시행 직전 대만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긴급 물량 요청을 넣으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몰락은 피할 수 없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14%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6%p 하락,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1위 자리까지 넘보던 화웨이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화웨이는 미국 상무부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오른 지 2년 만에 기기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고 있다.

화웨이는 이에 따라 ‘기술 자립’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에 미국 기술을 쓰지 않는 반도체 공장을 설립을 추진하고, 중국 내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기업과 중국 내 기술력 차이가 상당해 화웨이 자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5㎚ 공정을 확대 중인 삼성전자·TSMC 등과 기술력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화웨이 상하이 공장의 20㎚급 반도체 생산 목표 시점은 2022년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사업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몰락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며 “화웨이가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생존권 자체가 미국 정부 기조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화웨이 몰락이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미국 IT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만큼 제재 유지·확대·축소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정치자금 추적 연구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 종사자의 정치 기부금 중 98%가 민주당에 몰렸다.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보다 ‘다자주의’가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바이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캠프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 7개 기업 중 5곳(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페이스북)도 ‘빅테크’ 기업이다. 모두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 바이든 정부에 ‘화웨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 제재가 완화된다면 적어도 IT 분야에선 미·중 관계가 나아질 수 있는 판단을 내린 모양새다.

한편, 화웨이는 5월 TSMC와 거래가 중단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제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 최근 ‘화웨이커넥트’ 기조연설에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 어쨌든 생존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정부가 허락한다면 미국 기업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고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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