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지난주 우울한 분위기 속에 ‘항공의 날’ 40주년을 기념했다. 국내 항공업계 최대 행사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념식 행사는 1980년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개최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잔칫날에도 당장의 생계를 걱정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말까지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여객사업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3월부터 10월까지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줄곧 9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남은 두 달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저마다 살길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발 빠르게 화물 사업을 확대 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2분기 화물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6% 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 운송 부문을 강화해 2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했다.
대형항공사의 화물 특수를 지켜본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화물 운송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또 줄줄이 유상증자와 목적지 없는 비행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수익성 확보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항공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및 파산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CNBC는 다국적 항공 컨설팅업체 시리움의 통계를 인용, 올해 들어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전 세계 항공사가 43곳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 수요 침체가 길어지자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일본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전일본공수(ANA)의 지주회사인 ANA홀딩스는 유동성 확보와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미 3만6000명의 임직원에게 해고 예정 통보서를 보냈고, 델타항공은 기장과 부기장 2000여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홍콩 대표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최대 8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살얼음판이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연이어 무산됐고, 경영난이 이어질 경우 600여명의 직원이 대량 정리해고 된 이스타항공처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항공사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달부터 거의 대부분의 항공사 직원들은 무급휴직에 돌입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올 연말이 국내 항공사들의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여객 수요 회복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항공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항공업계가 남은 두 달을 무사히 버텨 다시 비상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