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수강산 파괴 주범 골프장 건설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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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수강산 파괴 주범 골프장 건설 이제 그만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3.05.2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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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1997년 말 국제금융위기(IMF) 이후 건설업계엔 골프장 개발 바람이 불었다. 업계 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적어도 한번쯤은 골프장 개발 사업에 참여해 보지 않은 건설사가 없을 정도였다. 이들 중에는 아예 골프장을 시공한 후 직접 운영하는 건설사도 생겨났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주5일 근무제, 국민근로소득 향상, 박세리 등 스타 골프선수의 등장으로 골프는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수요가 증가하니 당연히 공급도 확대됐다. 건설사들도 IMF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인해 마땅한 수익사업을 찾지 못했을 때였다.

골프장 건설은 주택 건설에 비해 개발이 수월했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대규모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 그리고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 바람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골프장의 과잉공급, 공무원 골프금지령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골프장 산업의 경영실적은 악화됐다.

골프장을 시공한 건설사 중에는 시행사가 회원권 미분양으로 부도를 맞아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대금 대신에 골프장을 인수한 후 정상화를 시킨 뒤 매각하는 경우도 왕왕 나올 정도였다.

이런 실정임에도 골프장 건설은 여전히 우리나라 금수강산 곳곳에서 난립하고 있다. 이제는 건설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까지 골프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3년 1월 기준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은 437개소로서 2001년 143개소에서 3배나 증가했다. 10년새 강산이 변한 셈이다. 지역은 경기도, 강원도, 제주도등지에 집중돼 있다.

▲ 황동진 탐사보도 팀장.
국내 50대 기업 중 절반이상이 골프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두산, 한화, CJ, 동부, 신세계, 대한전선, 대림, 코오롱, 웅진, 동양그룹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골프장 개발 사업에 의욕적인 기업은 롯데다. 지난 2005년 스카이힐제주 개장을 시작으로 스카이힐김해, 대구스카이힐성주 등을 잇따라 오픈했다. 이후에도 부산백양산골프장, 인천계양산골프장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다.

이처럼 일부 건설사와 대기업들은 개발과 수익에 눈이 멀어 우리 강산을 후벼 파고 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골프장 건설을 그만 중단하고, 기존 골프장 회생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자손에 물려줄 아름다운 국토를 염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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