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 비자금 의혹 수사, 픽션과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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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J 비자금 의혹 수사, 픽션과 논픽션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3.05.2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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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CJ 비자금 의혹 수사가 연일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2007년 5월(CJ 재무팀장의 청부살인사건으로 촉발)부터 2012년 4월(재무팀장 무죄확정)까지 CJ 오너 일가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나왔던 진부한 내용들이다.

해외 법인이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느니, 유명 갤러리를 통해 그림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는 등 새로울 게 없다.

당시에도 CJ의 비자금 조성 이유는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세습을 위한 실탄 마련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고,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대한 그룹 일감몰아주기도 지적이 됐던 부분이다.

CJ 일가가 100% 지분 소유한 굴업도개발사업의 시행사이자 부동산자산관리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도 도마에 주구장창 올랐던 그룹 내 비상장회사였고, 유령회사 의혹을 산 방송 송출회사인 CJ파워캐스트도 논란의 중심에 여러 차례 섰었다.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는 CJ가 1700억원대 달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선에서 -어떻게 이 돈을 마련했는지 의문스럽지만- 일단락 났다.

이후 CJ 전 재무팀장이 법정 진술 과정에서 언급된 부분(차명재산)에 대해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수사에서 새로운 팩트는 단 한가지. 새정부 지하경제양성화와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춘 고위층·재벌 기업들의 역외 탈세 근절과 맥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새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라는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에 걸친 얘기도 존재한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첫 타깃이 CJ인가라는 의문점에 대한 대답은 픽션만 난무한다.

그 픽션의 주요 내용은 △CJ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의 제보에 의한 수사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차명재산을 둘러싼 장남 이맹희와 삼남 이건희 간 법정다툼에서 파생한 삼성 측의 밀고 △CJ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여느 재벌기업과는 달리 새정부에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점 △CJ가 방송부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든 종편 측의

▲ 황동진 탐사보도 팀장.
의도된 밀어내기 등이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확인되지 않은 얘기이지만, 이 같은 픽션을 담은 언론 기사는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중앙 언론은 과거 검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란 비판이 제기됐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이제 와서 북치고 장구치고 야단법석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내 재벌기업 중 안 걸리는 기업은 없다. 검찰의 CJ에 이은 수사 칼끝이 어느 기업까지 향할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선에서 분별력을 기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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