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전세난에 차라리 ‘영끌’ 매수?… “신중하게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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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전세난에 차라리 ‘영끌’ 매수?… “신중하게 선택해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10.26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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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은 전셋값 상승…일각선 차라리 매수 주장
최근 집값 하락 신호 속속 나타나…전문가 '신중론' 지적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전세난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무주택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더 좋은 청약 성적을 내거나 더 높은 가격에 집을 팔기 위해 이런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급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내 집 장만 시기를 조금 더 늦추기를 권한다. 최근 거래 절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매 물건이 조금씩 쌓이고 있고 가격은 8주째 강보합을 머물러 있는 등 하락의 전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2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이날 기준으로 1156건이다. 거래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이 다소 늘어나겠지만, 지난해 같은 달 1만1583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거래량은 지난해 12‧16대책의 영향으로 1월부터 5월까지 1만 건을 한참 밑돌았다. 그러다 가격 상상과 함께 6월 1만660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정부는 6·17대책과 7·10대책을 잇달아 쏟아 냈고 7월 1만644건, 8월 4983건, 9월 3697건으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18년 9‧13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 강화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에도 대책 발표 전인 8월 1만4967건으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가 9월 7203건, 10월 3260건, 11월 1775건, 12월 1591건으로 급감했다.

가격은 12월을 기점으로 하락, 다음 해 6월까지 반년간 유지됐다. 이렇다 보니 내년에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2559건으로 한 달 전 3만9733건보다 7.1% 증가했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 데 매물은 점차 쌓이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시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84.96㎡는 12일 24억원(35층)에 매매됐다. 해당 평형은 7월 27억1천500만원(11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8∼9월 25억원(17층)∼25억5천만원(7층)까지 내렸다가 이달 여기에서 1억∼1억5000만원 더 떨어졌다.

같은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7월 13일 21억9000만원에 신고가로 매매된 이후 9월까지 9000만원∼1억7000만원까지 떨아진 가격으로 6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21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에 근접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6월 23억원의 매매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9월 22억원에 마지막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급매물인 21억 내외부터 최고 25억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지금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받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면서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에 대출을 무리하게 받는 것인데 시장 동향을 볼 때 내년 하반기 전까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다주택자와 법인, 등록 말소된 임대사업자 등의 세금 회피성 급매물이 연말로 가면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굳이 현재의 높은 가격에서 무리하게 집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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