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삼성, 이재용式 비전 ‘속도’…도쿄선언·신경영 명맥 이은 ‘뉴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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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삼성, 이재용式 비전 ‘속도’…도쿄선언·신경영 명맥 이은 ‘뉴삼성’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0.2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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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과 대내외 상황 비슷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선언’과 비견되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
삼성, 대규모 투자 집행·인력 확보 등 ‘뉴삼성’ 비전 순항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끄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이 부회장은 ‘뉴삼성’이라는 비전을 통해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략은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잇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입관식이 26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이 전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다. 2018년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굵직한 사안들을 경영일선에서 처리하며 본인의 색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며 ‘뉴삼성’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4세 경영과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하며 과거 악습과의 단절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인재 발굴과 신사업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 선언은 상황면에서 부친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용면에서 조부의 ‘도쿄 선언’의 명맥을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에 마련된 세탁기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세탁기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아 즉석에서 칼로 깎아 내는 모습을 보곤 즉각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극단적으로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이 만든 제품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류가 돼야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제품의 질’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은 현재 제품과 기술력에선 ‘일류’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영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시하는 시각이 많다. 이를 ‘4세 경영과 무노조 경영’ 포기를 통해 떨쳐내고 명실상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뉴삼성의 주요 축으로 평가받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은 1983년 2월 조부의 도쿄 선언과 비견된다. 이 선대회장은 당시 이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의 선택이 현재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 선언은 국내 산업의 주요 변곡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역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전략을 통해 삼성 반도체가 도교 선언 이후 최대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업계의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선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전체의 약 4% 점유율에 그친다. 비메모리 시장은 메모리보다 그 규모가 2배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한다면 국가의 격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추후 성공 여부에 따라 도쿄 선언과 비교될 수 있는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 총수 지정이 된 해인 2018년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투자금은 3개년 목표치에 차질 없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의 신규 채용 목표치(약 4만명)도 올 연말까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은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추후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빠르게 경영 안정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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