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 위한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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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 위한 답은 아니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10.2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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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와 여야 가릴 것 없이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춘 법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 최고금리를 연 20% 방안을 제시했지만, 올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 나아가 최고금리를 연 10%로 내리자고까지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송갑석 의원은 연 22.5%, 김철민·박홍근 의원은 연 20%, 문진석·김남국 의원은 연 10%로 명시한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추경호 의원이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법안을 낼 예정이다.

최고 금리와 관련한 논쟁은 비단 올해 뿐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연 66%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는 여섯 차례에 걸쳐 2018년 24%까지 떨어져왔다. 이들이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회사의 폭리를 끊고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실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금리는 낮추자고 해서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에서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는 자금조달비용과 고객신용도에 따른 신용원가, 제비용인 업무원가, 마진 등 크게 4가지가 고려된다.

우선 조달 방식에서부터 은행과 큰 차이가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채를 발행해 예대율을 조절 하지만, 저축은행은 고객이 맡긴 예금자산으로부터 대출을 발생 시킨다. 은행이 훨씬 조달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이자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하다.

반면 수신에서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이자를 고객에게 적용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소모되는 비용도 높다.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이유도 수신 조절을 통해, 무분별한 대출을 방지하기 위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이자가 16% 정도 되는데, 이미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20%보다 크게 낮다. 현재 수준에서 최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경우, 4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자금 창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최고 금리 인하 여파에 따라 수많은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고, 저축은행도 건전성을 우려해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서민 금융을 지원하는 데 있어, 최고 금리 인하가 정답은 아닌 셈이다.

특히 서민금융을 재정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만 책임져야 하는 지 의구심이다.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총 자산 모두 합쳐야 KB국민은행 한 곳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오히려 저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는 시중은행에 서민 전용 대출을 확대 하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저축은행 대출이자가 10% 아래로 떨어지면 금리 수준에선 시중은행이랑 크게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이 기존에 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외에 저신용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논의해 보자는 제안이다. 적어도 지금의 최고 금리 인하보다 부작용이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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