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회장님의 품질경영… 삼성, 추격자에서 글로벌 ‘리더’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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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회장님의 품질경영… 삼성, 추격자에서 글로벌 ‘리더’로 우뚝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10.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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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04년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언제까지 그들(미국, 일본)의 (반도체)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지요. 제 사재를 보태겠습니다.”

30여년전 삼성은 국내에서는 최고 기업이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직시한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원인이 글로벌 1류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 회장 취임 후 삼성은 이러한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오히려 당시 세계적 기술 기업 소니가 삼성을 배우려고 나서는 역전이 이뤄졌다. 이 회장이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기술 리딩 기업 삼성을 키운 것이다.

현재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스마트폰, 5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이 회장이 첨단기술 산업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이 삼성의 살길이라며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간 결과다.

삼성의 성공은 가전제품 사업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한 뒤 반도체 산업에서 ‘꽃’을 피운다. 1969년 1월 설립된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업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발판을 다졌다.

위기의 순간에 이 회장의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 당시 '1차 오일쇼크' 여파로 페어차일드, 인텔, 내쇼널 등 세계적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감산에 나서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삼성은 1975년 전자손목시계용 집적회로 칩을 개발한 데 이어 이듬해 국내 최초로 트랜지스터 생산에 성공했고, 당시 최첨단이던 3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설비도 부천공장에 갖췄다. 1982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며 성과를 냈고 10년 뒤인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삼성은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단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 시장 개척 신화도 이 회장의 기술 품질 경영이 주효했다. 삼성이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할 무렵이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의 모토로라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삼성은 1994년 야심 차게 첫 휴대전화를 출시했지만, 불량률이 11.8%에 달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이 회장은 1995년 구미사업장에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모아 불에 태우는 충격적인 '화형식'을 진행하며 삼성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시작된 고집스러운 품질 개선 노력이 결실을 거둬 그해 8월 애니콜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당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모토로라가 유일하게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시장으로 남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진출도 이 회장의 결단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20120년 당시 삼성은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대응했다. 애플을 추격하지 못하면 자칫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위기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삼성은 아이폰의 국내 시판을 앞둔 2009년 8월 기존의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한 '옴니아2'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이듬해 그룹의 역량을 총 결집한 '갤럭시S'를 선보여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갤럭시탭, 갤럭시S2, 갤럭시S3를 잇달아 출시하며 애플을 빠르게 추격했다. 결국 갤럭시S2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인 2011년 3분기 삼성은 마침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2012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회장이 밀어붙였던 TV·가전 역시 10년 넘게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가전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소니를 2006년 제치고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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