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디지털 맞불 놓는 금융권...'페이전쟁'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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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디지털 맞불 놓는 금융권...'페이전쟁' 진검승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0.2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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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계열사 앞세워 간편결제 서비스 혁신 승부수
네이버·카카오와 경쟁 위해 디지털 인력·예산도 ↑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빅테크 공세에 당황하던 금융권이 디지털 분야 인력과 에산 투자를 앞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무대는 '페이 시장'이다.

금융그룹은 카드 게열사를 중심으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를 모바일기기 등 전자적 장치에 미리 등록하고 간편한 인증(생체인증·간편 비밀번호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종합 금융플랫폼 'KB 페이(KB Pay)'를 최근 출시했다. 앱카드 기능 개선을 통해 결제 편의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송금,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멤버십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물론 카드 이외의 결제 수단(계좌·상품권·포인트 등)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탑재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플라스틱 카드 수준의 결제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보했다. 별도의 추가 앱 설치 없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계좌 간편 송금, 해외 송금, 외화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 페이에는 KB금융그룹의 전문화된 종합 금융서비스 역량과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결집됐다"며 "기존 앱카드가 KB국민카드 고객을 위한 지급 결제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 선보인 KB 페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급 결제서비스와 업권간 경계를 초월한 금융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판(Pay FAN)'은 오는 12월부터 모든 은행계좌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 신한페이판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며 "12월에 모든 은행계좌와 연동될 수 있도록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신한페이판을 증권사 계좌와 연동할 방침"이라고 했다.

NH농협카드는 간편결제 서비스 '올원페이(NH앱카드)' 전면 리뉴얼을 지난 8월 실시했다. 280만개의 전 카드가맹점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올원터치'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고객 여정 전체 구현, 비회원 가입, 카드 신청 후 실물 배송 전 올원페이 등록·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신설했다.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의 2018년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이베이코리아 등 전자금융업자의 결제금액이 30조9000억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카드사(27조1000억원), 단말기제조사(20조7000억원), 은행(1조4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은 고속성장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139억원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12.1% 늘었다. 같은 기간 이용건수도 731만건으로 전기대비 8.0% 증가했다.

특히 카드사들 페이는 기존의 두꺼운 금융사 고객층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도 적지 않다. 신한페이판은 1255만명, KB페이는 993만명 수준이다. 아직 카카오페이(3500만명)에 비하면 적지만, 카드사들은 앞으로 결제 수단을 확장하면 추가 고객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 페이는 카카오·네이버페이보다 결제 혜택이 작은 편이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결제 금액의 기본 1%를 적립해주고, 네이버통장을 이용해 충전한 네이버포인트로 결제할 경우엔 최대 3%까지 적립해주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알’(금액은 무작위로 결정됨)을 결제 시마다 적립해준다. 그러나 현재 신한페이판이나 KB페이는 상시 제공되는 적립 혜택이 없다.

한편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은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에 따라 디지털 분야 인력을 지속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최근 발간한 '2019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개 국내 은행, 83개 금융투자업자, 41개 보험회사, 8개 신용카드사 등 국내 151개 금융기관의 정보기술(IT) 인력은 총 988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직원수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도 전년말 대비 4.6%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IT인력 비중도 전체의 4.3%로 상승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IT 예산도 7조2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 증가해 총 예산증가율(6.6%)을 큰 폭 상회했다. 이 중 정보보호 예산은 7091억원(IT예산의 9.8%)으로 전년 대비 13.0%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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