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배터리’ 초격차 전략… “아직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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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배터리’ 초격차 전략… “아직 갈 길 멀어”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10.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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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메모리 시장 장악 불구 ‘알짜’ 비메모리 시장 진입벽 높아
K-배터리, 중국‧일본‧유럽 등 견제 심해… 국내 기업 간 다툼도 변수
삼성전자의 EUV 파운드리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비전을 내세웠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EUV 파운드리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미진함과 배터리 업계가 초창기 출발선상에 놓여 있음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3067억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73.3%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116억달러 규모로 26.7%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우리 기업 점유율이 D램과 낸드 부문 모두 과점하게 됐다. 문제는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전통 제조업의 형태와 일맥상통한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제조업은 대부분 소품종 대량생산을 체제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역시 이와 비슷하다. 짧은 기간 많은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대량생산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미세공정을 통한 원가절감에 달렸다는 점도 전통적 제조업과 비슷한 면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전체 시장 73.3%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을 내세우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적극 투자할 뜻을 밝혔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로 나뉘는 비메모리 분야는 인텔 등 미국 기업이 70%를 점유하고 있다. 또 파운드리 부문은 대만의 TSMC가 55% 수준을 점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설 자리가 마땅치가 않다.

다만 2만 종류 이상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끼어들 틈새시장은 분명히 있다. 특히 컴퓨터, 모바일과 IT제품 등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수요산업이 뒷받침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형 제품군인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이 지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연구원이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연구원이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올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한 K-배터리 역시 축배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전기차 배터리는 올해 상반기 국내 3사가 점유율 34.5%로 중국 32.9% 따돌리고 1위에 올랐을 만큼 선전하고 있다. 또 LG화학과 삼성SDI는 올해 전지 사업분야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문에서도 반등한 모습이다.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388억달러 수준으로 아직까지 반도체 산업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2025년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여 점유율이 높은 국내 기업의 전망이 나쁘지 않다. 특히 현재 출발선상에 있는 배터리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5개 내외의 대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국내 기업의 시장 선점과 주도권 경쟁이 중요한 시기다.

전고체 배터리와 주행시간, 안전성을 확보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의 개발과제도 남아 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모두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후발 주자인 유럽 역시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시장 진입이 반도체보다 높지 않고 전기차 시장 역시 이제 시작한 상황이어서 국내 기업들도 시장 선점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 간 경쟁도 변수다. 각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간 특허 전쟁은 경쟁력 약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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