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못 찾는 저축은행 10여곳…M&A 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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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못 찾는 저축은행 10여곳…M&A 규제에 발목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10.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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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3개 이상 소유 금지…“영업지역 달라도 안 돼”
“성장 방도가 없다”…상·하위업체 간 양극화만 심화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제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 중인 저축은행이 1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수합병(M&A) 규제와 영업권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 서민금융의 주역인 저축은행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저축은행업계 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민국, 대원, DH, 머스트삼일, 유니온, JT, 대아저축은행 등 10개사에 달한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아주저축은행 인수 검토와 현대자산운용이 솔브레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표류 중이다.

저축은행 매물이 쌓여가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배경은 M&A규제가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현행 규정 상 동일 대주주는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다. 또 영업지역이 다른 저축은행은 2개까지만 운영할 수 있고 인수한 저축은행을 합병할 수도 없다. 대부업체가 인수할 경우에는 대부업을 접어야 한다.

저축은행 간 통폐합은 물론 기존 저축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가 추가 인수하는 것도 어려워 M&A 시장이 꽉 막혀 있다. 특히 성장한계를 겪는 지방저축은행의 경우 영업 확대를 원하는 금융권 외에는 사려는 이가 없다.

이 같은 규제는 저축은행의 매물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다보니,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지방 저축은행과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의 수익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 규모로 상위 10개사인 SBI·OK·한국투자·페퍼·웰컴·JT친애·유진·OSB·애큐온·모아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체에서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모두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영업권역으로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79개사의 순이익은 6840억원으로 이중 상위 10개사가 4128억원을 벌었다. 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 등 상위 5개사로 범위를 좁힐 경우 이들이 상반기에 기록한 순이익은 3307억원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영업권역을 수도권으로 두고 있는 곳들과 지방이 연고지인 저축은행 간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소재 42곳 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1분기 81.7%보다 더욱 확대됐다. 상위 10개사는 모두 수도권(서울 7개, 경기·인천 3개)을 영업권역으로 두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도 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82조5581억 원으로 지난해 말 77조1591억 원 대비 7.0%(5조3990억 원) 증가했다. 2011년 3월 말(82조1000억 원) 이후 저축은행 사태로 일시적으로 총자산이 급감했지만 이후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현재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저축은행간 M&A를 가로막아 온 대주주 요건, 영업망 제한 등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등 여파로 제도 개선 논의가 뒤로 밀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과거 부실과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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