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검찰 덮어" 남부지검장 항의성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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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검찰 덮어" 남부지검장 항의성 사표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0.10.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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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언론이 정치검사 프레임 씌운다' 취지 비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라임 사태를 수사중이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및 현직 검사 수사 지휘 등에 회의감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밤 수감 중이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언론을 통해 검찰의 추가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입장문에서 추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라임 사건 수사지휘 부실'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 전 지검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박 전 지검장은 추 전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 부실'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부인했다. 앞서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 가족 의혹과 라임 관련 검사 로비 의혹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박탈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위법하며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지검장은 또 윤 총장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하여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했다.

박 전 지검장은 사퇴 결심 배경과 관련해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지지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때와 상황은 같지 않지만 검사장으로서 똑같이 실천할 때"라고 했다. 

박 전 지검장은 의정부지검장 재직 당시 윤 총장의 장모를 기소하며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었으나 이후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대쪽같은 수사를 보여주는 등 검찰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추미애 사단이란 분류 자체도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정치검사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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