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태섭 절망에도 與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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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태섭 절망에도 與 마이웨이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10.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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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소신파로 불리는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에서 당론에 반해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탈당 이유로는 민주당이 편가르기와 내로남불을 하고 있다며 거대여당의 행태를 '파시즘'에 빗대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되레 금 전 의원을 향해 "이익을 쫓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금 전 의원은 21일 탈당을 선언하며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태도는 냉담했다. 이낙연 대표는 "아쉬운 일"이라고만 짧게 평가했고, 허영 대변인은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어차피 예고된 일"이라며 국민의당 입당을 추천했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지난 총선에서 금 전 의원과 '조국 대전'으로 화제가 됐던 김남국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을 향해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따른 선택이 아닌 자리와 이익을 쫓는 철새 정치인"이라며 "내가 못 먹는 우물 남도 먹지 말라는 못된 마음으로 침을 뱉고 떠난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에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금 전 의원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 내 유일한 자유민주주의자가 견디다 못해 결국 당을 떠나야 했다는 데에 있다"며 "금태섭을 내치고 김남국을 택한 것에서 민주당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민주당은 김남국 같은 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원석 비대위원도 김 의원을 향해 "철없는 자가당착 논리가 어이없다"며 "본인의 가벼운 충성심을 떠벌리는 것이야말로 민주당 초선의 전반적 수준을 대변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당을 떠나면서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의 진심어린 충고를 무시한 채 오히려 그를 문제삼아 비난했다. 이미 민주당은 거대여당이 된 이후 상임위 독식과 법안 처리 강행 등 폭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된다면 금 전 의원이 우려했던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시점에서 민주당은 그의 탈당을 비난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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