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역행 유통규제] 유통산업발전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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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역행 유통규제] 유통산업발전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10.2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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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5년 또 연장에 복합몰·백화점까지 확대 논의
대형마트, 2010년부터 규제 강화에 매년 성장세 둔화, 폐점도
전통시장 효과는 정작 미비, 유통업계 일자리만 11만 개 앗아
업계 “유통산업 근간 흔들어...시대 맞춰 규제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로 국한된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을 백화점‧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복합쇼핑몰은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만 한다. 사진은 주말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로 국한된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을 백화점‧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복합쇼핑몰은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만 한다. 사진은 주말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계속된 규제와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기는 커녕, 더욱 강화해 업계는 더 이상 숨 쉴 수 없을 지경에 빠져버렸다.

최근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 제한 규제 존속기한을 5년 더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형마트로 국한된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을 백화점‧복합쇼핑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 2건도 발의돼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혹은 골목상권과 대형 유통업체 간의 공존을 위해 2010년 마련됐다. 이에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1km 거리 내 출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며 격주 일요일마다 점포 문을 닫고 있다. 롯데온과 쓱닷컴 등도 의무휴업일에는 상품을 배송할 수 없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백화점과 복합몰, 아웃렛 모두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영업제한을 받게 되며, 마찬가지로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아야 한다. 그나마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백화점과 복합몰이 영업 규제로 영업을 못하게 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업계 관계자와 경제계 전문가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이 되레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시키고 소비자들의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살리자는 취지였으나, 그 효과는 미비하다.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시작한 2010년 21조4000억원이던 전통시장 매출은 2018년 23조9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이 느는데 그쳤다. 그 기간 정부가 전통시장 지원에 쓴 누적예산(2조483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니, 8년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전통시장 숫자도 1517개에서 1437개로 줄었다.

정부가 50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는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청년몰 입점 점포 중 2년 이상 생존하는 점포는 48%에 그쳤다. “규제의 효과가 아니라 규제의 명분을 소비한다(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성장하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기로 빠뜨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각각 1.2%, 4.9%, 2.9%로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3%, -5.0%, -3.4%, -2.1%, -1.4%, -0.1%, -2.3%로 감소세를 걷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마트 매출은 각각 10조9390억 원, 10조7800억 원, 10조8382억 원, 11조1488억 원, 11조6312억 원, 12조4506억 원, 13조1483억 원을 기록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7750억 원, 7592억 원, 6568억 원, 6294억 원, 6332억 원, 6384억 원, 4893억 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은 2013년 8조9545억 원에서 2015년 8조2007억 원까지 조금씩 줄어 들더니 2017년 6조5774억 원, 2018년 6조3422억 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떨어져 2012년 2204억 원에서 2018년 -287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홈플러스 매출도 2012년 7조862억 원에서 2013년 7조3254억 원으로 늘었지만 이후 2018년까지 매년 감소해 6조410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3292억 원, 2013년 2509억 원, 2014년 1944 억원, 2015년 -914억원으로 고꾸라졌다. 2016년 309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17년 2384억원, 2018년 2599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3대 유통업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7%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최대 90%까지 곤두박질친 곳도 있다. 4분기 전망도 역시나 어둡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영난도 야기시키지만, 더 큰 문제는 일자리를 잃게 한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점포 하나가 문을 닫으면 0~3km 범위의 주변 상권에서 945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감소로도 이어졌다. 주변 상권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쳐 반경 3km 이내의 범위에서 429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총 1374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폐점 점포수와 일부 대형유통업체에서 밝힌 향후 폐점계획을 반영해 전체 폐점 점포수를 총 79개점으로 예상할 경우, 폐점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는 약 11만 명에 이른다. 이는 유통 대기업의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정부의 명분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 내 입점한 소상공인까지도 피해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쇼핑할 때 헛걸음하기 일쑤다. 매주 일요일 오전만 되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대형마트 휴무일’이 상위에 오르곤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통시장을 가는 건 아니다.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릴 뿐.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 잣대를 존폐 위기에 몰린 현재까지 적용하니 경쟁 상대인 온라인과 싸울 기회조차 얻지 못해 답답하다”면서 “심지어 돌파구로 내세운 복합쇼핑몰, 아울렛, 전문점마저도 규제하니 다른 대책도 못찾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괄적인 규제로 기업을 옥죄기보다 좀 더 유연한 관점에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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