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공포에 美대선까지…4분기 증시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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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공포에 美대선까지…4분기 증시 살얼음판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0.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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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된 대주주 요건에 개미 이탈 조짐...큰손 투매 우려도
트럼프 대선 불복 우려 등 연말 증시 흔들 변수들 산적
대내외 증시를 뒤흔들 변수들이 산적해 연말 증시가 시계 제로에 놓였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내외 증시를 뒤흔들 변수들이 산적해 연말 증시가 시계 제로에 놓였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연말로 향하는 4분기 국내 증시는 한 치 앞을 바라보기 어려운 형국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향후 미국 대선에 끼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니콜라 사기설과 함께 시작된 나스닥 기술주 조정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한편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증시를 떠받쳐온 동학개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중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정책 철회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4분기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추겠다고 밝혀왔다. 게다가 주식 보유액을 계산할 때 본인뿐 아니라 3대(代) 직계존비속 보유분을 합산하는 안으로 역풍을 맞았다. 만약 대주주로 분류되면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매차익 22~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과도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다른 가족 주식 보유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정부는 한 걸음 물러날 준비를 하는 듯 보인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에 반대의 뜻을 밝혀 재검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가족 합산 대신 인별 합산을 검토해보겠다고 물러났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는 무조건 현행 기준 10억원을 유예해달라는 입장으로 5억~7억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여당과 금융위 모두 대주주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데 왜 기획재정부만 무리하게 3억원 기준을 고집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미 기존 대주주 양도세 정책만으로도 연말 증시는 불안했다. 10억원 이상 기준에 해당하는 ‘큰손’들이 연말 주식을 팔아치우는 행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개인은 연말만 되면 평균 2조9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과세기준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서 3조8275억원, 코스닥에서 1조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2017년 12월 코스피서 3조6645억원, 코스닥서 1조4669억원을 팔았다.

시장에선 양도세 이슈가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코스닥 시장의 개인 매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개인들의 매매 비중은 평균 80% 수준이다. 반면 코스피는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의 경우 올해 들어 70%까지 급등한 적 있지만 대형 기업공개(IPO)가 진행된 이후 다시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들의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 예탁금은 50조원대로 아직 풍부하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이슈가 매도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의 상대적 부진과 종목별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동학개미 이탈은 증시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최근 폭발적인 거래량에 힘입어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에는 14조2000억원으로 2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현재 동학개미 거래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증시를 떠받쳐온 개미가 떠나면 V자 반등을 기록한 국내 증시는 힘을 잃게 된다.

실제 명절 연휴 전부터 매도세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4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7700억원에 달한다.

연말 증시를 뒤흔들 변수는 이뿐이 아니다.

특히 국내 증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국이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이후 변동성은 더 커졌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과의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을 전격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 소식을 트윗으로 밝힌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설상가상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며 대선 연기와 불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 대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조정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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