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파시즘' 경고하며 민주당 탈당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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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파시즘' 경고하며 민주당 탈당선언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10.2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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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아쉬운 일"...김종인 "만나볼 생각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 처분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윤리심판원 재심에 출석하는 금태섭 전 의원. 2020.10.21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 처분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윤리심판원 재심에 출석하는 금태섭 전 의원. 2020.10.21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인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에서 당론에 반해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을 비판했다. 하지만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집권 이후 민주당의 행태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과거 1차대전 직후 혼란을 토양삼아 서유럽에 창궐했던 '파시즘'을 언급했다.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편가르기식 정치공학적 사고가 권력에 취해 약자를 탄압하는 파시즘을 낳은 만큼, 다수의 횡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민주당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되레 금 전 의원을 향한 조롱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사람을 비난하는 행태를 두고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며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며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양념' 발언, 이낙연 대표의 '에너지' 발언을 겨냥한 비판이다. 

금 전 의원은 거대여당의 횡포를 파시즘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독일의 정치학자 칼 슈미트의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결국 약자에 대한 극단적 탄압인 홀로코스트와 다수의 횡포인 파시즘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을 '토착왜구'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의 탈당 선언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아쉬운 일"이라고만 짧게 평가했다. 다른 여권 인사들의 반응은 더욱 차가웠다. 허영 대변인은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고, 정청래 의원은 "어차피 예고된 일"이라며 국민의당 입당을 추천했다. 과거 금 전 의원이 안철수계로 분류된 까닭이다. 익명의 여권 지지층의 반응은 조롱섞인 비난이 대부분이다. 

향후 금 전 의원의 행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영입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아직까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 의향이 어떤지는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도 "탈당과 관계없이 가끔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니까 한번 만나볼 생각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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