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자 풍선효과…돈줄 막힌 저신용자 사금융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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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옥죄자 풍선효과…돈줄 막힌 저신용자 사금융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0.19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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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에 규제 강화...대부업체도 신규대출 꺼려
"당국 무리한 속도조절이 자금시장 왜곡" 지적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영끌'과 주식 '빚투'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신용대출을 전방위로 옥 죄면서 금융 사각지대에서 돈줄이 막힌 저신용자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신용자들은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융통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결국 고이자의 사채까지 찾게 되는 것이다.

최근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저신용자들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규제로 1·2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데다 급기야 대부업체의 대출심사도 까다로워졌다.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렸다고 하지만 저신용자들이 빌릴 돈은 줄줄이 막히고 있는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급격한 대출 증가로 1·2금융권 규제가 강화되고,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하락에 신규대출을 꺼리면서 사금융으로 풍선효과가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무리한 가계부채 속도조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서민들의 목을 더욱 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고금리 사금융 시장을 키워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빚투'와 '영끌'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주력 신용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다. 신용등급 1∼2등급의 고신용자 기준으로 연 소득대비 대출 한도는 최고 300%에 달했지만, 현재는 200~150% 이내로 작아졌다. 최고 한도도 설정하며 사실상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우대 금리도 은행별로 0.01∼0.04%포인트 축소시키며 실질적인 금리 부담을 높였다.

그 결과 은행권 신용대출 월 증가액은 8월 5조3000억원에서 9월에 들어선 증가액이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에 매월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자율 규제가 신용대출 급증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 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자금 흐름을 왜곡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같은 추세는 2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은 물론 저축은행들의 대출금리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이들 역시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우대금리 및 특판 금리를 축소하며,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수요가 넘어오는 '풍선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서민들을 더욱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내수회복도 더딘 상황에서 대출 총량이 줄면 생활비 충당을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쓰는 서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결국 돈을 빌릴 수단이 사라진 이들은 금리부담이 더 큰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저신용자들에게 기댈 곳이던 대부시장도 지난 2018년부터 심사를 강화하면서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7조3500억원이던 대출잔액은 2019년 15조9100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새 1조40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현재 대부업체의 경우 신용등급 6~7등급 이하, 연평균 금리 21% 수준에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대부업체들도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저신용자들이 기댈 곳이 못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6.10%였던 대부업계 대출 승인율은 2019년 11.80%까지 떨어졌다.

결국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가 갈 곳은 사금융밖에 없어, 사금융 시장은 점점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018년 기준 대부업에서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인원을 45만~65만명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는 5조7000억~7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런 사금융 이용자와 이용액은 올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으로 일부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니 담보대출을 일괄적으로 막은 것인데, 그러다 보니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자금 흐름이 왜곡되면서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2금융, 사금융 등 더 위험한 곳에서 대출을 받게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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