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기다리다 지친 무주택자들… 정부 정책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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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기다리다 지친 무주택자들… 정부 정책에 ‘분통’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10.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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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다시 ‘낙관론’…“안정세 가고 있다” 주장
시장선 전셋값 폭등…‘집값 안정’ 청원 잇따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를 믿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고대해온 무주택 서민들이 속속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안정세’라며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낙관론을 되풀이하고 있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애초에 의지가 없던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과 1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가 폭등시킨 집값을 원상회복시켜라’, ‘개천의 용은 개천에서만 살라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두 글 모두 집값·전셋값 급등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 등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앞서 게시된 글은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작성한 것이다. 이 단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까지 투기에 뛰어들 게 만들어 주택시장을 투기판으로 전락시켰다”고 질타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 글은 게시 셋째 날인 이날 오전 기준 동의 인원이 9189명을 넘어선 상태다. 또 다른 청원글에는 “빚이 무서워 2016년에 결혼해 전세로 시작한 순간의 선택이 좌절감을 가져오게 할 줄 몰랐다”고 호소했다.

그는 “8억원 하던 집이 20억원에 실거래가 됐다. 10억이란 자산이 증식된 그들과 그 시간을 놓친 자들은 이제 노력하고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계급이 생겼다”면서 “기회의 공정이 애초에 존재했나 정부는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청원인들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기 수준으로 집값을 돌려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기도 하다. 목표 달성은 여전히 까마득한데 정부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 폭 축소에 안도하며 늦장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는 13억원 중반대였다. 마지막 거래였던 지난 8월 28일에는 23억8000만원(8층)으로 10억원 넘게 급등했다. 현재 호가는 가장 낮은 게 22억8000만원, 자장 높은 건 25억원이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서울 부동산시장의 선도지표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하다. 전용 82.61㎡를 보면 지난달 24일 23억2100만원(5층)에 거래돼 전달 22일(24억2000만원(6층)) 매맷값보다 1억원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6억원 대로 7억원이나 올랐다.

중저가 아파트 역시 무섭게 가격이 뛰었다. 마포구상암월드컵파크2단지 전용 59.92㎡는 지난 8일 8억8300만원(12충)에 팔리며 기존 신고가 기록을 깼다. 이 단지는 2017년 5억4000만원 대로 3억원 이상 상승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 전용 45.9㎡는 2017년 2억5000만원 대에서 지난 3일 4억7000만원(13층)으로, 관악구 은천2단지아파트 전용 49.95㎡는 같은 기간 3억5500만원에서 5억2000만원(3층)으로 각각 수억원씩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전셋값까지 급등, 정부 발표대로 집값 안정 이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을 품었던 무주택 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더욱이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시행 이후에도 전세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 임대차3법 소급적용 피해 집주인 모임’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의원실과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에 임대차 3법 탓에 집을 매도하지 못하게 된 사연 등의 내용이 담긴 팩스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시각차는 매우 크다”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를 너무 의식하다간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 있다.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다시 굳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주택 서민들은 문 대통령이 결국 부동산시장 안정에 실패해 정권이 교체되는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국민을 철저하게 속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냉정한 성찰과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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