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해경 조사 기다려달라”에 피격 공무원 유족 “해경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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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해경 조사 기다려달라”에 피격 공무원 유족 “해경 못 믿겠다”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0.10.14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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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대통령 편지에 실망감 "수사 종결해 달라"
친문 인사들 "빨갱이 가족 감옥 보내라" 막말 논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편지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표하며 해경의 조사를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형 이래진(55)씨는 더 이상 해경을 믿지 못하겠다며 수사를 조속히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족 측이 문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유족 측을 향한 비방 댓글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씨는 14일 인천시 연수구 해경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의 답장 전문을 공개했다. 편지에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씨는 더 이상 해경을 믿지 못한다며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씨는 회견문을 통해 "그간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질팡으로 인해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억울한 동생의 죽음에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해경이 왜 동생의 월북을 단정해 발표했느냐. 연평도 주변 조류를 그렇게 잘 파악한다면서 왜 아직 동생을 못 찾고 있느냐"며 "유능한 해경 실력을 믿었으나 동생의 피격 사건 이후 해경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는 믿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좌고우면보다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고등학생인 조카가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편지에서 피해자 아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해당 편지에 대한 답장을 유족 측에 발송했다.

한편 유족 측이 문 대통령의 답장과 관련해 실망감을 드러내자 이를 비방하는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유족 측은 문 대통령의 답장이 그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수준의 내용이라는 점과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성된 점을 들어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일부 친문 인사들이 모인 페이스북 모임에서는 유족을 향해 "대한민국 역대 어느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위무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냐" "업무가 바쁜 대통령께서 회의 석상에서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편지까지 보냈으면 고마운 줄 알아라" "더러운 빨갱이, 월북자 의심의 가족아. 나같으면 자결한다" "빨갱이 가족을 감옥으로 보내라" "월북한 동생 덕에 한몫 잡으시려나 본데 어이 없네" "순진한 조카(를) 조종하여 편지를 쓰게한 후 동생의 연금을 받으려는 시커먼 속셈(이) 빤히 보인다" 등의 막말이 봇물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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