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히지 않는데 부담만 가중’…내 집 마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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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히지 않는데 부담만 가중’…내 집 마련 힘들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9.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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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서울 집값 전월比 1.42% 상승
무주택자 중 절반 내 집 마련 ‘포기’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면서 무주택자 절반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이재빈 기자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면서 무주택자 절반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곤혹을 겪고 있다. 7·10 부동산 대책과 8·4 공급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쉽사리 잡히지 않은 데다, 부담만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만 팽배해지고 있다.

28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발표한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이달에만 1.42% 상승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1%를 밑도는 변동률을 보였던 서울 집값이 7월(1.45%)을 시작으로 8월(1.50%)과 9월(1.42%) 모두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집값은 강남보다(1.19%)보다 강북(1.65%)을 중심으로 올랐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은평구 등과 같이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 서울 집값을 견인한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도봉구 집값(3.07%)이 가장 크게 올랐고 은평구(2.94%), 성동구(2.6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신동아1단지’는 전용면적 112㎡형이 지난 18일 6억8400만원(5층)에 매매계약을 마쳤다. 1986년 준공된 ‘신동아1단지’는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동일한 주택형이 4억원(1층)에 거래된 바 있다.

은평구 진광동 소재의 ‘금호어울림10단지’는 전용면적 101㎡형이 지난 19일 9억4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 7월 기록한 7억6000만원(2층)이다. 성동구에서도 ‘서울숲리버뷰자이’(84㎡·16억원), ‘서울숲행당푸르지오’(59㎡·10억4800만원) 등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자 주거 안정에 불안을 느낀 젊은층이 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서둘러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매매 현황을 살펴보면 30대의 매수비중이 40대를 상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만하더라도 30대는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40대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단 한 번도 40대에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8월에는 30대의 매수비중이 36.9%에 달하면서 지난해 1월 연령대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를 제외하고 서울 모든 구에서 30대가 우위를 보였다.

최근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이모(33)씨는 “올해 초부터 슬슬 매수할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부동산 규제 발표 소식이 무색하게 집값이 계속 오르더라”면서 “시간이 더 지나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 속에 내 집 마련의 부담이 가중된 점도 문제다. 국민의 힘 김상훈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서울시 취득세 납입현황’에 따르면 2016년 건당 900만원이었던 주택분 취득세가 2019년 1358만원으로 늘어났다.

단적으로 서울에서 같은 집을 샀더라도 3년새 세금 부담이 458만원가량 가중된 셈이다. 주택분 취득세는 매매·상속·증여여부와 취득가액, 전용면적 등을 고려해 1~3%의 세율이 적용됐다. 다만 7·10 대책의 후속조치로 다주택자의 세율이 8~12% 늘어나 올해는 증가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내 집 마련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 또한 팽배해지고 있다. 사람인이 성인남녀 2591명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무주택자 응답자(1991명) 중 절반이 넘는 51.4%가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10명 중 7명은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진다’(71.1%)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가능해 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9.8%에 달했으며, 이전과 비슷하거나 쉬워질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9%에 그쳤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법원이 제공하는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활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집합건물 증여는 6456건에 달했다.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는 상황 속에 다주택자의 경우 증여가 급증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연구소 측은 “7·10 대책으로 신탁과 법인의 거래 혜택이 줄어들었다”면서 “여기에 다주택자의 부동산 증여까지 규제할 조짐이 보이자 2013년 9월(330건) 대비 서울지역 월간 증여 집합건물 수가 19.6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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