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CEO가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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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CEO가 진두지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9.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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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대비 전담조직 키우고 새판짜기
"빅테크 맞설 수준 키워라" 전사적 역량강화 주문
금융권이 수장들의 진두지휘 아래 디지털 혁신에 일제히 나서는 중이다. 사진은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옥. (좌측부터) 사진=각 사
금융권이 수장들의 진두지휘 아래 디지털 혁신에 일제히 나서는 중이다. 사진은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옥. (좌측부터)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지주들이 코로나19가 만든 언택트(Untact, 비대면) 환경에 따른 디지털 혁신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으로의 탈바꿈의 속도를 높이고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재정비하는 작업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 특성상 타 산업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금융권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의 금융시장 공습도 이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 이에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자사 내 디지털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8일 그룹 경영협의회 화상회의에서 자회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디지털 혁신은 그룹의 생존 문제”라며 “앞으로 금융그룹 회장이자 우리금융의 디지털 브랜드 ‘원(WON)뱅크’ CEO라는 각오로 직접 선봉에 서서 1등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부문 인사, 예산, 평가 등 조직 운영체계 전반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손 회장은 “은행 디지털 인력이 근무 중인 우리금융 남산타워에 IT(정보기술) 자회사인 우리FIS의 디지털 개발인력 250여명도 조만간 함께 근무하게 될 것”이라며 “지주사의 디지털 조직도 이전해 그룹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디지털 혁신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해당 건물에 제2의 사무실을 마련해 매일 오후 장소를 옮겨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디지털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손 회장은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도는 일일 단위로 점검해도 부족할 정도”라며 “그룹 전체가 한 몸처럼 협업해 디지털 혁신 과제를 빠르게 추진하고 획기적 성과도 이끌어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그룹은 디지털영업부, 디지털위원회 등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디자인하고 있다.

3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차별화된 디지털 플랫폼 제공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강화를 통해 ‘1등 금융그룹’ 타이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7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회장은 차별화된 디지털 플랫폼 제공과 뉴노멀 시대에 대비한 글로벌 진출을 향후 3년간 주요 경영 전략으로 꼽았다. 윤 회장은 “현재 업종 간 경계를 넘어 대형 정보통신기업(빅테크)들과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라며 디지털 부문 플랫폼에서 앞서 가겠다고 밝혔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제시했다. 빠르고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 부문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해 고객 편의성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윤 회장은 “앞으로의 시대에 전통 금융사가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라며 “금융 포트폴리오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모두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글로벌 부문의 프로세스를 갖춰야한다”며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신한금융그룹 창립기념식에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지 못하면 신한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며 계열사 CEO를 향해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디지털 혁신이 ‘생존의 갈림길’이라고 지칭하면서 전사적인 집중 과제임을 천명한 것이다. 조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 프로세스, 조직과 개인의 평가 체계까지 디지털을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디지털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직접 위원장으로 나서고 7개 계열사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디지로그 위원회’를 신설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한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산한협력에 한창이다. 우선 포항공대(포스텍), 카이스트와 ‘테크핀’(기술+금융) 산학협력센터를 만든다. 구체적으로 Δ인공지능(AI)o머신러닝 Δ빅데이터 Δ챗봇 ΔARoVR Δ사물인터넷(IOT) Δ블록체인 Δ생체인증 등에 이르는 테크핀의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기술역량 및 실무경험 교류, 기술 인재육성을 위한 혁신프로그램 도입, 과학기술 창업 지원 및 투자 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직접적인 움직임에 각 은행들은 비대면 서비스에 최우선으로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은행 전체의 DT(디지털전환o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기획 실행하는 총괄조직인 ‘DT추진단’을 신설해 전행적인 DT추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표적으로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와 고객대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IBK기업은행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심사하는 ‘AI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25일부터 도입 중이다. 국토교통부, 법원, 국토정보공사 등에서 수집한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서류발급, 권리분석, 규정검토 등을 수행해 대출가능 여부, 금액 등을 자동으로 심사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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