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안사면 韓 반도체 거래 중단” 압박하던 화웨이의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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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 안사면 韓 반도체 거래 중단” 압박하던 화웨이의 읍소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9.2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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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5G 상용화 앞둔 2018년 ‘반도체 거래 중단’ 고압적 태도
美 반도체 제재 후 ‘장기적 협력’ 제안…업계 “신뢰 부족”
궈핑 회장 “미 기업과 거래하고 싶다”…美, 화웨이 백기에도 SMIC까지 제재 확대
궈 핑 화웨이 순환 회장이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연례 글로벌 ICT 컨퍼런스인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화웨이 제공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이 23일 중국 상하이서 열린 연례 글로벌 ICT 컨퍼런스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화웨이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5G 장비를 채택하지 않으면 반도체 거래를 중단하겠다.”(2018년9월)
“함께한 협력사 모두 ‘승리’의 단맛을 봤다. 비바람 함께 맞자.”(2020년9월)

중국 기업 화웨이가 2년 만에 달라졌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커넥트 2020’ 기조연설을 통해 파트너사에 동반 성장을 약속하며 미국 제재에 함께할 ‘장기간 협력’을 제안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시행한 제재의 영향으로 세계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을 수급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선 정보기술(IT) 기기를 생산하는 화웨이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졌다고 보고 있다.

궈핑 회장은 이와 관련 “현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생존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토로했다. 화웨이는 이날 자사와 협력한 파트너사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그간의 성과를 믿고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사를 피력했다.

27일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화웨이의 이런 태도를 두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2년 전 5G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설 시점 국내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거래 중단’을 빌미로 자사의 통신장비 채택을 압박한 바 있다. 당시 고압적 태도를 보이던 화웨이가 이제 와서 제안하는 ‘장기적 협력’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과의 관계, 국가 간의 외교적 문제 때문에 당시에 이 사안을 공식화할 순 없었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화웨이가 반도체 공급을 협상 카드로 검토했던 것은 업계에 유명한 일화”라고 설명했다.

2018년 9월은 국내 이동통신사가 5G 상용화를 앞두고 장비 공급기업 선정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었다. 당시 이통업계 큰 화두는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 우려 등 보안 문제를 지적받고 있는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였다.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화웨이는 5G 상용화 선두를 달리던 국내 기업을 잡기 위해 ‘반도체’를 꺼내 들었다. 화웨이는 당시 스마트폰 사업을 확대하며 국내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급량을 늘리던 상황이었다. 이 거래를 끊는다면 SK텔레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어 ‘고압적 태도’로 협상 진행이 가능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11.4%(3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은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어 KT 역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SK텔레콤과 KT는 결과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하지 않고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의 3.5㎓ 대역 5G 장비로 망을 구축했다. 2013년 LTE 구축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던 LG유플러스는 호환성을 이유로 5G에도 이들 장비를 사용, 수도권을 중심으로 망을 설치했다.

국내 이통사들은 현재 3.5㎓ NSA(비단독모드)에서 28㎓·SA(단독모드)로 5G 서비스 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NSA는 기존에 구축된 LTE망과 함께 5G를 서비스하는 방식을 말한다. SA는 현재 기술 최적화 단계에 있어 28㎓ 5G NSA부터 상용화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가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통신장비 수급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과 KT와 달리 화웨이 LTE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NSA 방식에선 LTE 장비와 호환성이 중요하다. LG유플러스는 이 때문에 추후 28㎓ 대역 5G 장비 설치에도 화웨이와 협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이 끊기며 통신장비 사업에도 차질을 겪게 됐다. 통신장비를 구성하는 라우터·스위치·광전송장비 등에도 대량의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생산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 31%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통신장비 분야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최근 ‘5G 기술세미나’에 참석해 “28㎓ 5G NSA는 기존 LTE 장비와의 호환이 중요해서 벤더가 많다고 모든 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A에선 새로운 장비 공급사를 검토할 순 있지만, LTE 장비도 들여오지 않았던 화웨이를 지금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 TSMC와 거래가 중단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제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궈핑 회장은 “미국 정부가 허락한다면 미국 기업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 제재 정책을 재고해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이런 태도에도 IT 제재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SMIC도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며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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