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탈진한 우리 민간인 총살하고 불태울 때 軍은 지켜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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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탈진한 우리 민간인 총살하고 불태울 때 軍은 지켜만 봤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9.24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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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 생각 못했다"
"적 지역이라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다" 변명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인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공무원이 장기간 표류로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우리 군은 이를 포착하고도 지켜만 본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설마 북한이 반인류적인 만행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댔다. 군은 시신이 불탄 뒤 청와대 등에 보고했고, 언론보도로 북한의 만행이 알려진 뒤에야 북한을 강력 규탄하며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24일 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께 소연평도 남쪽 바다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어업지도선에 탄 동료들이 A씨(47)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해양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1시 50분부터 해경, 해군, 해수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2대가 정밀 수색했다.

이후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황해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접촉하는 장면이 우리 군 감시망에 포착됐다. 당시 A씨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했는데 하루 이상 표류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고 한다. 북한 선박은 A씨를 해상에 둔 채 월북 경위 등의 진술을 들었다. A씨가 실제 월북 의도가 있었는지 생존을 위해 월북을 주장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북측은 A씨의 진술을 상부에 보고했고, 이어 당일 오후 9시 40분께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이 상부의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해 살해했다고 한다. 또 10시 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우리 국민일 가능성이 높은 민간인이 탈진한 상태에서 총살을 당하고 시신에 불이 붙는 동안 우리 군은 지켜만 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건을 22일 오후 10시 30분 알고 관계 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이 만행을 벌인 데에는 코로나 사태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7월 탈북민의 월북 사건이 발생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면서 북한군의 대응을 강력하게 질책한 바 있다. 월북자가 코로나 감염이 의심된다는 이유가 컸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해당 지역 전연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한편 24일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 등은 일제히 북한을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 보호에 안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북 관계에도 심각한 파문이 예상된다. 북한은 앞서 23일 오후 4시 45분 우리 군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대북통지문을 보내고,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묵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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