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다중채무자 시한폭탄…현금 회수율 뚝뚝
상태바
카드 다중채무자 시한폭탄…현금 회수율 뚝뚝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9.24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말 40.6%→올해 상반기 21.4%
취약차주 일제히 카드대출에 몰린 영향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내 카드사의 현금 회수율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제히 카드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차주에 대한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실제 연체 현황마저 파악이 어려워지면서 다중채무자가 부실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24일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가 보유한 총카드자산 기준 ‘회수율’(연체원금 대비 현금회수액)을 분석한 결과 21.4%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8년 말 40.6%보다 약 19%p 떨어진 수치다.

대출자산별 회수율을 살펴보면 현금서비스가 2008년 말 35.4%에서 올해 6월 말 17.8%로 악화됐고, 같은 기간 카드론 역시 26.6%에서 11.8%로 절반이상 급락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담보여력과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현금 회수율이 떨어진 것은 다중채무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신용카드사의 총카드자산 기준 다중채무자 자산비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금리 인상에 따라 다중채무자 비중은 37.8%에서 36.9%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금리가 하락 반전하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8.6%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카드사에 돈을 빌리는 고객들은 대부분이 3건 이상의 대출 보유자다. 신용카드사 7개사의 차주별 대출건수를 분류했을 때 카드론을 포함한 금융권 대출이 없는 차주는 17.0%에 그쳤다. 이어 1건 보유가 22.9%, 2건 이상 21.5%, 합산 3건 이상 차주가 38.6%로 가장 많았다.

다중채무자가 늘면서 카드사의 부실자산도 쌓이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7개 카드사 평균 취약자산 비중은 총카드자산 대비 6.7%, 대출성 카드자산 대비로는 17.5%다. 카드사 중 업권 평균 대비 취약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는 하나(8.1%), 신한(7.9%), 우리(7.8%), 롯데(7.4%)순이다. 같은 기간 7개 카드사 평균 취약자산 연체율은 8.4%이며, 롯데(10.2%), 신한(9.1%), 삼성(8.9%)카드의 취약자산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실 자산이 쌓이고 있지만, 문제는 실제 연체율이 어떤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앞서 정부는 자영업자를 포함해 취약계층의 대규모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원금 상환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를 비롯해 금융회사를 통한 대출 공급에 나섰다. 취약차주에 유동성을 공급해 연체시기를 늦추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차주들의 재무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말 전업 카드사 7개사의 합산 연체율(1개월 이상)은 1.4%로, 전년 말(1.4%)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시기인 동년 3월 말과 비교했을 때에는 되레 소폭(-0.1%p)개선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끝나는 시기, 카드사 취약 차주에 대한 대규모 부실을 우려한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신규대출 증가율과 부채 한도소진율이 연체율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신용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특히 다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취약자산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