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과한 유동성 확보?…‘투자 실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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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과한 유동성 확보?…‘투자 실종’ 우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9.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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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산업군 대기업들 투자 대신 곳간에 현금 쌓아둬
풍요 속 빈곤, 정부 규제 완화 등 투자 유도 정책 필요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업들로 인해 3월 시중통화량이 전월대비 30조 가량 급증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이 운송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업들로 인해 투자 감소가 우려된다. 사진은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이 운송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 실물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대기업은 자금 확보에 큰 문제가 없지만, 과한 유동성 확보에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함께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안전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곧 도래할 채무에 대한 부채 상환 등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설비·부동산·계열사 등 자산 매각에 나선 기업도 있어 이러한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유동성 확보가 투자 감소로 이어져 실물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부품 협력사 등 중소기업들은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과한 유동성 확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대비 6월 말 기준 주요 기업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현저하게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반년 새 9조2236억원이 늘었으며, 배터리 업계도 LG화학 1조4747억원, SK이노베이션 1조9358억원이 증가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 철강업계도 포스코가 2조5256억원이 늘었으며, 현대제철은 6498억원 증가했다.

대기업의 유동성 확보는 설비·부동산·계열사 등 기존 자산을 매각한 것도 있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4대 금융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올해만 10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정부의 제로금리 정책이 곳간만 쌓아두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논란이 나온다.

올해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지만, 투자 감소로 인한 실물경제 악순환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권은 제로금리로 인해 투자할 이유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은 금융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유동성 확보에 혈안이 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규제 완화 등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적 유도에 나설 필요가 있지만, 공정거래법·상법 개정 등 기업 옥죄기에 우선하고 있어 당분간 기업들의 대규모 신규투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코로나 재확산 등 언제든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현 상황 속에서는 기업들이 돈을 곳간에만 쌓아두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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