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못 버틴다… 보험업계 뼈 깎는 구조조정
상태바
이대로 못 버틴다… 보험업계 뼈 깎는 구조조정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9.2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에 인력감축·조직슬림화 나서
코로나 여파 점포수 2년새 400여개 폐쇄...영업력도 비상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 속에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위기경영에 돌입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점포를 폐쇄한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 속에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위기경영에 돌입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점포를 폐쇄한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저금리·저성장·고령화 3중고에 허덕이는 보험업계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저금리와 손해율 상승이 영업실적 악화로 번지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 중이다. 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를 위한 임원 감축과 조직개편까지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보험사들은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멀리 보면 고령화에 따른 보험산업의 불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력 감축도 본격화 되는 중이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보험사의 직원 수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7개 생보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농협손보 롯데손보 등 7개 손보사의 2020년 6월말 기준 직원 수는 총 4만81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25명에 견줘 586명 줄었다.

손보업계에서는 지난해 2만3511명에서 올해 2만2977명으로 534명 감소했다. 생보업계도 같은 기간 1만7248명으로 52명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악화되거나 대주주가 바뀐 손보사들의 명예퇴직 영향으로 보험사 직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롯데손보와 한화손보의 직원 수가 가장 크게 줄었다. 롯데손보의 올 상반기 직원 수는 1249명으로 지난해 6월 1716명에 비해 467명이나 줄었다. 한화손보도 상반기 직원 수 3118명으로 지난해 동기 3416명에 견줘 298명 감소했다. 이밖에 현대해상 27명, DB손보 47명 줄었으며 농협손보의 직원 수는 지난해와 같았다.

생보사에서는 삼성생명 83명, 교보생명 26명, 농협생명 30명, 신한생명 20명, 오렌지라이프 18명 줄었다.

반면 삼성화재와 한화생명은 직원 수가 늘어 눈길을 끌었다. 올 상반기 삼성화재의 직원 수는 61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60명에 견줘 210명 증가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3942명에서 올 상반기 4066명으로 124명 늘었다.

이같이 대부분의 보험사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손보사들이 연말부터 인력 감축을 위해 명예퇴직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손보는 지난해 대주주가 롯데그룹에서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 바뀌면서 연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적자전환한 한화손보의 경우 강성수 사장이 취임하면서 조직개편 등의 체질개선과 함께 올 상반기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언택트 흐름으로 국내 보험사들의 점포도 줄어드는 중이다. 지난해 300개가 넘는 지점을 폐쇄한 가운데 올 들어서도 100여곳이나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인지(人紙) 산업’으로 분류됐던 보험업은 그동안 인적 자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탓에 언택트(비대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저금리·저성장·고령화로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조직 슬림화를 꾀한 영향이다. 여기에다 올 들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모양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908곳이었던 국내 보험사들의 점포 수는 올 들어 5875개로 축소됐다. 올해 수치는 생명보험사들은 상반기말 기준,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1분기 말 기준을 단순 합산시켰다. 지난해 6000여곳이 넘었던 생보사들과 손보사들의 지점은 한 해 동안 300개가 넘는 곳이 문을 닫으면서 5000대로 떨어졌다.

생보업계가 3017개에서 2960개로 줄이면서 감소세를 이끌었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말 2891개보다 24곳을 늘려 2915곳이 됐는데,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를 제외한 다른 손보사들은 모두 점포수를 줄였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말 2945개보다는 소폭 축소된 수준이다.

점포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NH농협생명이었다. NH농협생명은 16개 점포를 줄여 상반기 말 현재 78개 지점을 운영중이다. 한화생명과 ABL생명도 각각 9개씩 점포를 축소시켰고, 교보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도 각각 7개 점포를 폐쇄했다.

손보사들 중에선 한화손해보험이 11곳을 폐쇄시켜 252개 점포를, DB손해보험도 8곳을 축소시켜 42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되레 점포수를 늘린 곳은 메리츠화재가 올 1분기 동안에만 지점을 38개 확대했다. 1분기 말 현재 총 252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삼성화재도 점포를 6개 늘려 649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험업계를 포함한 금융권 전체가 조직 슬림화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업계도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어 경영전략 상 조직을 확대하려는 게 아닌 이상 이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 비대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이를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며 “점포 운영을 효율화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함께 경영 효율화도 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