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지역화폐 논란에 ‘얼마나 쓰느냐’ 넘어 ‘어떻게 쓰느냐’로 논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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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지역화폐 논란에 ‘얼마나 쓰느냐’ 넘어 ‘어떻게 쓰느냐’로 논쟁 확대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09.20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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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확장재정 기조...코로나 사태 맞아 불가피론
문제는 경제 효과...통신비 지원 계기 논쟁 확대발전
1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 등을 사려는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 등을 사려는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 적자 확대로 촉발된 ‘나라 곳간’ 논쟁은 최근 통신비 2만 원 지원과 지역화폐 논란을 계기로 단순히 ‘얼마나 쓰느냐’의 논쟁에서 ‘어떻게 쓰느냐’의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화폐 두고 이전효과 논쟁 가열

지역화폐 논쟁의 경우 지역이전 효과와 매출이전 효과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하는 지역 화폐는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며 “특정 지자체의 지역 화폐 발행은 인접한 지자체의 지역 화폐 발행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결국 모든 지역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할 경우, 매출 증가 효과는 줄고 발행 비용만 순효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조세연은 또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와 관련해서도 “한 달 평균 100만 원을 쓰는 가구가 50만 원의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50만 원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쓰고 나머지 50만 원은 기존 현금·신용카드 형태로 지출한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지출액이 150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가정”이라며 오히려 지역화폐 발행으로 해당 지역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총량이 일정할 때 지역화폐는 소비의 지역 간 이전(지역이전) 효과는 모든 지방정부가 사용할 경우 최종적으로 무의미할 수 있다는 건 연구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유통대기업의 매출일부를 영세자영업자에게 이동(매출이전)시켜 유통대기업의 매출감소 대신 자영업자들이 매출증가혜택을 보는 것 또한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역기준으로 볼 때 전체 매출이 동일할 수는 있어도 유통대기업과 카드사 매출이 줄고 중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연구할 것도 없는 팩트”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또 “1차 재난지원금에서 보듯 지역화폐는 저축을 할 수 없고 반드시 소비해야 하므로 승수효과가 크다”며 지역화폐로 인한 소비 촉진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향후 2019년과 2020년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연구가 이뤄질 경우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비 2만원 지원 두고 ‘승수효과’ 논쟁

통신비 지원금 논쟁은 코로나 관련성을 둘러싼 논쟁과는 별개로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 승수효과를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 이 지사가 앞서 지역화폐에서 주장한 승수효과는 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지사는 당정청의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통신비 지원금의 경우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신비는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 승수 효과가 없다.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의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다”(1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신사는 지원금을 전달해 주는 경로로 결국 국민들의 예금 계좌에 그만큼의 잔액이 더 남게 되는 것이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통신비 지원을 하든 안 하든 손해도 이익도 생기지 않는 구조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달방법을 찾은 것”(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한 가족에게 모두 6만 원, 8만 원의 통신비 절감액이 생겼다면 무의미하게 증발해버리는 금액은 아니다”라며 “무의미하다고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 역시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에 대해 “가계 고정지출을 줄이고 국민의 통장잔고를 많지는 않지만 늘어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한다. 비대면 온라인 경제활동 증가로 이동통신 사용이 증가했고 대다수 가구에서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통신비는 가계 부담으로 작동한다”(15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고 주장했다.

▮“확장재정 어떻게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

통신비 지원과 지역화폐를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정책 전반을 둘러싼 논쟁과 연결돼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 수준으로 낮아 여력이 있으니 팍팍 써도 된다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코로나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 상황에서 단기 재정지출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공적 영역의 일자리 확대 같은 구조적인 지출을 늘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16일 자본시장연구원 화상 컨퍼런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펴낸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가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 및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임금 보조금이나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은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위기 이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및 적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GDP 대비 정부소비 비중이 2019년 16.5%, 2020년 상반기 18.4%로 성장률 최대화 수준(15.6%)은 이미 넘었으며 실업률 최소화 수준(18.3%)에도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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