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몰락] 美 제재 맞서 ‘반도체 자립’ 외치는 中,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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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몰락] 美 제재 맞서 ‘반도체 자립’ 외치는 中, 실현 가능성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9.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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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조 2025 일환 1723조원 투자…반도체 자립 추진
업계 “美 지원없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실패 할 것”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중국 ‘정보기술(IT) 굴기’ 상징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화웨이에 반도체 수급을 원천 차단하는 제재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의 기조가 중국 기술 패권 도전 견제에 있는 만큼 자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반도체 기업이 성장한다면 국내 산업 피해가 불가피해 경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키워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린 바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반도체·로봇·항공기 등 첨단 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잡겠다는 목표로 ‘제조 2025’를 추진 중이다. 화웨이는 이 정책으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라 중국 IT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스마트폰·통신장비 분야에선 세계 1·2위를 다투고, 노트북·태플릿 등 중국 IT기기 시장도 장악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안으로 중국 IT굴기 견제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무역 분쟁을 벌이고, 최근에는 남중국해에서 군사 행동을 벌이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 화웨이는 이 과정에서 통신장비 공급 차질·TSMC 거래 중단 등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아왔다. 이달 15일부턴 ‘미국 장비·기술이 사용된 반도체 공급 불가’ 제재를 받으며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인텔·퀄컴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도, 어플라이드 머테리얼(AMAT·1위)·램리서치(3위)·KLA텐코(5위) 등 반도체 장비 생산 회사도 모두 미국 기업이다. 특히, 미국 엔비디아가 최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암홀딩스)을 400억달러(약 4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의 명령어아키텍처(ISA·반도체 기초 설계도)에 기반으로 제작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 기반 산업이다. 그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미국의 장비·기술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반도체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미국 기업의 협조 없이는 반도체 산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제재는 화웨이로 한정됐지만, 이 기조가 확대된다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실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언제든지 미국 제재가 확대될 수 있어 ‘제조 2025’의 일환으로 평가받는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첨단기술 분야에 총 10조위안(약 1723조원)이 투입된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왔던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양쯔메모리)가 최근 데이터저장장치(SSD)를 정식으로 출시하며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또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SMIC에 약 2조7000억원 투자, 15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정책도 내놨다. 화홍 반도체 역시 비슷한 혜택을 받는다. SMIC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으로 14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생산 공정을 갖추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을 견제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SMIC를 거래 제한 기업인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재 범위가 YMTC·CXMT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 내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 시장 규모가 워낙 커 미국 기업들에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런 제재안들이 결국 반도체 자립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게 되면 미국의 첨단 기술이 위험해진다. SMIC에 공급이 어려워지면 미 기업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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