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몸' IT금융 인재...시중은행 말고 빅테크 간다
상태바
'귀한몸' IT금융 인재...시중은행 말고 빅테크 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9.20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격연봉·복지혜택 내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쏠려
은행들, 몸값 뛴 개발자 모시기도 버거운데 이탈 걱정
금융권의 IT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중은행이 아닌 빅테크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IT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중은행이 아닌 빅테크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었던 채용 시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린다. 일부 시중은행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채용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은 주로 IT분야의 경력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채용규모를 정해놓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토스뱅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인재 영입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IT분야 개발자 인재들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화두 역시 디지털이다. 금융그룹 회장들이 직접 디지털 프로젝트 총괄을 자처하고 나설 정도다. 디지털 전환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렸다는 점에 금융권 전반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영업점 방문보다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언택트가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권 내 '귀한몸'이 된 IT분야 개발자들이 카카오나 네이버 등 아예 IT전문기업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권은 각종 규제들로 개발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려진 풍토다. 

이런 틈을 노린 빅테크들은 IT 개발자 모시기를 본격화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하반기 개발 직군 신입사원을 뽑는다. ▲네이버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웍스모바일 ▲스노우 ▲네이버웹툰 ▲네이버파이낸셜 등 6개 법인에서 200명을 채용한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채용설명회에는 6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가하는 등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토스 뱅크’ 출범을 앞둔 토스도 인력 확충에 나섰다. 2021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 설립을 준비하는 토스혁신 준비 법인은 금융사의 모든 정보 흐름을 주관하는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인 ‘코어 뱅킹’ 분야 경력 개발자 수십 명을 채용한다. 모집 분야는 여·수신, 카드, 고객시스템, 회계관리 등 10개다. 입사자에는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 1억원 상당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파격 대우를 내걸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두 자릿수 채용 규모를 발표했다. 모집 직무는 운영체제(iOS), 클라우드 플랫폼, 금융 IT(코어뱅킹·금융정보),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등 총 20개 분야다. 지난해 한 자릿수대로 몇 명씩 수시 채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인력 유출을 걱정한다. 빅테크들이 채용을 진행함과 동시에 인력 일부가 넘어간 경우도 많아서다. 

이들이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을 선택하는 데는 단순히 처우 때문만은 아니다. 시중은행보다 자유로운 조직문화 등도 작용했다는 게 개발자들 사이의 주된 목소리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일할 곳을 선택할 경우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조직문화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며 “인력 이탈을 걱정하기 전 시중은행들이 경직된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채용규모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IT 개발자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금융권의 채용규모는 점점 쪼그라 들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은행은 지난해 1000명 넘는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번 하반기에는 250명을 공개채용 한다. 우리은행도 750명에서 200여명 수준으로 취업 문이 좁아졌다. 하나은행은 공채와 수시채용을 통해 하반기 150명을 채용한다.

그나마 채용규모 축소 가운데에서도 디지털·전문직 인재에 대한 선호현상은 은행권도 높아졌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경력직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신한은행이 수시채용 일정 중 하나로 디지털·ICT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을 올해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채용규모를 줄이는 ‘은행권’ 취업보다 새로운 금융 산업을 펼치는 IT기업 채용에 도전하겠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에 뒤지지 않는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휴가, 복리후생, 유연 근무제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공채 경쟁률이 늘 100대 1을 넘어 신의 직장이라 불렸지만 개발자들 채용시장에선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이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채용과 맞물려 은행 전체 공채 경쟁률도 예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