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울리는 기관 ‘현물 매도·선물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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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울리는 기관 ‘현물 매도·선물 매수’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9.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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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 3조 이상 순매도
선물 4조원 순매수…금융투자 비중 최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들어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16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34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사진은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국내 증시가 호황이지만 기관만 유달리 팔고 있다. 개인이 사들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기관은 선물은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매도가 금지되자 차익거래를 위한 우회로를 찾은 걸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34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3조4778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3014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이 14거래일 동안 던진 주식은 일 평균 2381억원 수준이다. 지난 4일에는 하루 만에 7798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960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이달 들어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주로 뉴딜 정책 발표로 관심을 모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종목이다.  기관은 16일 기준 LG화학(-3521억원), 네이버(-3178억원), 카카오(-2612억원) 등에서만 1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았다. 삼성전자(2113억원)와 한화솔루션(2149억원)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기관은 현물을 파는 대신 선물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거래소 선물 투자자별 거래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선물시장에서 4조6586억원어치 파생상품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조1327억원과 3조5259억원어치 팔아 치운 것과 대비된다.

순매수 규모는 금융투자가 3조4931억원으로 가장 컸다. 은행은 8221억원 순매수로 그 뒤를 이었다. 기타법인과 보험의 순매수 규모도 각각 3603억원과 2632억원으로 적지 않다. 단, 집합투자와 연기금, 기타금융은 저마다 1706억원, 817억원, 278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기관이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들이고 있는 흐름을 매도 차익을 노리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중에서 금융투자가 선물을 사고 현물을 매도하는 차익 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투자기관을 제외하고 투자신탁의 경우 펀드 환매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도 수요에 따라 매도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이 현물과 선물 매매를 두고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수는 물론 개별 주식 종목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시장 조성자라는 기관이 편법을 쓰고 있다”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인투자자”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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