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장수시대…경기절벽 위기에 변화보다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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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 장수시대…경기절벽 위기에 변화보다 안정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9.1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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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앞둔 윤종규 회장 등 주요금융사 줄줄이 연임
코로나發 업무연속성에 방점...인사개입 거리 둔 정부 영향도
올초부터 최근까지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 사진=각 사
올초부터 최근까지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사 수장들의 '연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3연임' 소식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 변화 보다는 업무 연속성을 통해 안정을 꾀하는 것이 수장들의 '연임'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16일 회의를 갖고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선우석호 회추위 위원장은 "윤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M&A를 통해 수익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후보자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연임을 확정한 바 있다. 산은 수장이 연임하는 것은 26년 만이다.

이 회장의 연임은 코로나19 확산이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유동성 지원에 산은의 역할이 중요한 데다 기업들 구조조정 작업의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역시 3연임이 확정됐다. SC제일은행은 보통 행장 임기가 끝나기 한 달 전인 12월에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지만, 올해는 석 달 이상 일찍 절차를 마무리했다.

SC제일은행은 차기 은행장 조기 선임으로 선제적 조직 안정 및 불확실성 해소를 도모하려는 이사회의 의지에 따라 지난달 28일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 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올해 초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 바람이 거세지며 올해 임기만료를 앞둔 다른 CEO들 역시 연임이 무난하게 이뤄질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다음달 임기가 마무리되는 이동빈 수협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협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 11일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구성되면서 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됐다. 행장 임기만료일 최대 두 달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정관에 따른 것이다. 이 행장은 임기 기간 개인 소매금융 등에 집중해 가계대출 영업 확대를 통한 체질 개선과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행장이 단임으로 임기를 마감한 전례는 거의 없었다. 실적도 우수하다. 지난해 해외시장에서만 3700억원이 넘는 순익을 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1위 수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두 사람이 한 번 더 호흡을 맞출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이미 한차례 1년 연임에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도 11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은만큼 재차 연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 수장들의 연임을 두고 일각에선 매년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관치금융'이 잠잠해 진 것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실제 그동안 금융권에선 CEO 교체는 빈번했다. 연임은 고사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되는 경우도 잦았다. 특히 과거 정부 집권기에는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경향이 컸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금융계는 ‘MB 인맥’에 고스란히 장악됐다. MB 인맥은 민간 금융지주회사 회장, 금융공공기관장, 금융사 사외이사까지 금융계 전반을 지배하는 자기완결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내 CEO 선임 흐름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CEO 인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정부의 지분이 단 한주도 들어가지 않은 만큼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금융권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장기화로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정부 입장에서도 금융권의 전폭적인 도움이 필요한 만큼 자율성을 보장해 서로의 명분을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기류를 긍정적으로 본다. 정치권으로부터 금융회사 CEO 인사 개연설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업권 전체에 발전을 도모할 거란 평가가 많다.

물론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에는 정부의 개입이 사라진 것도 영향이 있지만 현직 CEO들이 거둔 탄탄한 경영 성과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순이익을 늘리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남겼고 이동걸 회장 역시 2017년 취임 후 산업은행의 오랜 구조조정 과제를 하나둘씩 해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한만큼 정부도 민간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대신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아 변화를 가지기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이라며 큰 과오가 없다면 대부분의 CEO가 연임에 성공할 거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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