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시계는 역주행…‘카드 사절’ 안 바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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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시계는 역주행…‘카드 사절’ 안 바뀌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9.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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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시장서 보험료 카드결제 거부 ‘유일무이’
“저금리 따른 운용 수익 악화…수수료 감당 못한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결제가 간소화 되는 가운데 여전히 보험료만 카드결제가 되지 않고 있다. 카드 수수료가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카드사와 기싸움에 소비자 편의만 멀어지고 있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상품에 대한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생보사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 IBK연금생명, ABL생명, K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9개사다. 그나마 라이나생명이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36.9%로 생보사 중 가장 높았다.

AIA생명과 신한생명도 각각 15.8%, 13.9%로 다른 생보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편이었다.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의 경우 일부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비중은 1%채 되지 않았다.

오프라인 결제시장이 스마트 폰을 통한 디지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보험사에선 그렇지 못하다. 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신용카드납 지수’는 꾸준히 하락세다.

올해 2분기 기준 18개 생보사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4.5%다. 작년 4분기 4.7%에서 올해 1분기 4.6%로 2분기 연속 0.1%P 줄었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2분기 생보사 전체 수입보험료 16조1225억원 중 카드 결제가 이뤄진 수입보험료는 7176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경우 카드결제를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2분기 기준 15개 손보사 신용카드납 지수는 28.8%로 생보사보다 여섯 배가량 높다. AXA손보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전체 보험료의 79.9%를 기록했고, 에이스보험과 하나손보가 67.5%, 60.7%나 됐다. 빅4로 꼽히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경우 절반은 아니더라도 25~35%가 신용카드 결제였다. 자동차 보험 등 1년 단기상품 위주로 온라인 가입이 늘면서 신용카드 납부가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생보사는 장기보험이 많고 금액이 크다보니 수수료 부담이 높다는 설명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는데 카드 수수료마저 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이 높아져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보험사의 카드결제 수수료는 현재 2% 안팎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7년 말 카드·보험업계가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논의했지만, 수수료율에 대한 입장 차이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고 카드사에서 양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체 가맹점 수수료 자체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해 이미 손익을 결정짓는 최저 마지노선 선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업권별로 체감하는 수수료가 다르겠지만, 결제시장에서 카드 수수료는 역대 최저 상태다”면서 “정부의 인위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가 일반 가맹점과 카드사간 협상의 불씨만 키웠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독려하는 편이다. 신용카드 납입 관련 공시 제도를 강화해 공시토록 한 것도 카드납부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하면 소비자 누리는 혜택도 크다. 통장에 잔액이 부족해도 보험료를 낼 수 있고, 카드사 실적도 쌓아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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