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땐 월세 증가… 내년 전세 감소 가능성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가을 이사 철을 앞두고 임대차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세의 월세전환에 가속도가 붙은 데다 최근 전세 물건 품귀 현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난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안정화로 가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장 전세 시장을 안정시킬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에 따른 전세 감소 추세로 전셋값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권 교수는 “현재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 0.8%에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주인들은 보통 전세 보증금의 4∼6%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로 받을 수 있는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지난 7일 기준 117.5를 기록해 전주(116.4)보다 1.1포인트(p)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공급이 우위라는 의미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지난달 10일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던 이 지수는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3기 신도시 청약에 대비해 전세에 눌러앉는 임차인이 늘었고 재건축 등 실거주 의무가 대폭 강화되면서 본인 소유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집주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전세가 줄었고 매월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세가 늘어났다”며 “최근 집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내년엔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5~6개월은 과도기적인 전세 시장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구조적인 전세난으로 비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과도기 이후엔 중장기적으로 전셋값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서 조율되지 않을 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