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이 또 다른 파파라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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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은행이 또 다른 파파라치가 되고 있다?
  • 강미애 기자
  • 승인 2013.05.1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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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예전에는 집집마다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 한권씩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생인 조카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는 전화번호부 책을 차력쇼 할 때만 보고 실제 본적은 없다고 했다. 순간 조카와의 나이차가 새삼 느껴졌다.

한편 생각해보니 요즘 전화번호부가 있었다면 전 국민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가 적나라하게 공개돼 개인정보침해로 경을 칠 일이었겠다. 또 한 번 격세지감을 느낀다.

날로 개인 정보에 대한 중요성과 그에 대한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오히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지하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고액 이체 시 은행 창구 직원이 돈은 어디서 났는지, 어떤 이유로 이체를 하는지 꼬치꼬치 묻고 수상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즘처럼 똑똑해지고 개인 정보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순순히 질문에 응답할리 없다.

설령 실효성이 있다고 해도 사법권 등이 없는 은행은 개인 정보에 대해 물을 어떤 권한도 없다.

은행은 단지 주민등록증 확인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잘 지키면 된다. 개인 돈의 출처가 어디고 그것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정부가 정확히 조사해 그에 따른 세금 부과 등을 하면 될 일이다.

지금 정부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개인에 불과한 사금융권에 떠넘기는 것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가 개인 정보 침해 등 입게 된다.

파파라치가 한 때 기승을 부려 문제가 되곤 했다. 이 역시 정부가 단속해야할 몫을 개인에게 떠넘기다가 도가 지나치니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가 지하 경제 활성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금융에 맡기지 말고 정부 스스로가 올바르고 체계적인 방법에 따른 기반을 다져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 경제 활성화는커녕 개인의 정보만 또 다른 개인에게 새나가는 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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